우리나라 최초의 패션디자이너이자 195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개최한 노라노(본명 노명자)는 50년대 여배우 엄앵란을 비롯하여 김지미, 최은희, 조미령, 문희 등의 영화 의상과 미스코리아 의상을 담당했다. 60년대에 윤복희의 미니스커트와 판탈롱의 구미 스타일을 도입한 디자이너 또한 노라노이다. 한편으로는 1950년대 초부터 우리 한복감인 '갑사'와 '양단'을 사용해 한복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파티용 드레스를 제작하는데, 바로 '아리랑드레스'이다. '아리랑드레스'는 1959년 한국대표로 미스유니버스에 출전한 오현주를 위해 노라노가 디자인하면서 대중의 인기를 크게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계미인대회에 참가한 제3회 미스코리아 진 오현주가 제8회 미스유니버스 대회 참가 당시에 착용한 드레스는 모두 3벌이다. 저고리를 벗으면 이브닝드레스로 입을 수 있는 형태여서 동서양의 조화를 담은 드레스로 당시 미스유니버스 현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퍼레이드와 개회식 때 각각 착용한 붉은색 드레스와 푸른색 롱 드레스는 은박과 큐빅으로 조화롭게 장식되어 아리랑드레스 스타일의 하나로 훗날 지속적으로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노라노가 제작한 아리랑드레스를 입은 오현주는 대회 당시 3개 부문에서 입상을 하였고, 의상상도 수여받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 스타일이 유행하자 시장에서 갑사와 양단으로 만들어져 금박 혹은 은박 무늬로 장식된 드레스나 한복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들을 모두 '아리랑드레스'라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노라노의 양단 아리랑드레스는 전통복식과 서구복식의 절충 또는 융합을 시도한 드레스로 평가받았다. 한편으로는 개량으로 인해 한복의 전체적 조화가 무너지고, 한복 고유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상실케 했다는 반론도 컸지만, 한국인만의 감성을 섞어 동서문화의 융합을 시도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의생활 분야에 현대화로 가는 전환을 나타내는 사료적 가치 또한 크다.

올해 10월 아리랑드레스는 제1세대 패션디자이너로 1949년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노라노의 개인사와 한국 패션사의 주요 사건을 담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미스유니버스 대회에서 오현주가 착용했던 양단 아리랑드레스 3점은 착용자의 기증으로 한국현대의상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황경순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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