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 (개리 쇼어 감독)

`때로 세상은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아. 때로 그들이 원하는 건 괴물이지.`

뱀파이어의 원조이자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드라큘라를 소재로 한 영화가 또 한편 개봉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지금까지 뱀파이어를 다룬 작품들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 기원이 그렇게 새롭게 느껴 지진 않는다. 왠지 모르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즈`가 떠오르기도 하고 뮤지컬과 책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지킬 앤 하이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과 `300`의 분위기마저 풍기니 이 영화 역시 할리우드가 최근 선보이는 야심작들의 수준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강인한 군주이자 아버지 그리고 위대한 영웅, 드라큘라 백작은 백성들을 평화로 다스리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다. 하지만 막강한 군대를 앞세운 투르크 제국의 술탄이 세상을 정복하기 위한 야욕을 드러내며 복종의 대가로 사내아이 1000 명을 요구하자, 분노한 드라큘라는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압도적인 전력의 투르크 대군을 물리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그는 전설 속 악마를 찾아가 절대적인 힘을 얻고 자신을 담보로 한 위험한 계약을 하고 만다. 스스로 어둠의 존재가 되는 것을 선택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피할 수 없는 악마의 저주로부터 벗어나 그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여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1897년 출판된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서 처음 알려진 `드라큘라`는 이후 연극과 영화, 뮤지컬 등 수 많은 작품으로 부활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인물이 됐다. 그간의 영화들에서 `드라큘라`가 흡혈을 하는 무서운 악마로서의 이미지 위주로 표현됐던 것과 달리, 한 나라의 영웅이었던 그가 왜 어둠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그 기원을 다루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인물의 기원을 다루는 것은 흥미로운 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기원이라는 것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줄거리가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드라큘라 백작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오스만투르크의 술탄을 악마보다 더 악한 인물로 그리고 있는 점은 기존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보여졌던 프레임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기에 실망감마저 든 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설정했지만 이슬람은 절대적 악이라는 규정은 인종차별적인 발상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영화의 장면들도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특히 `드라큘라`의 왈라키아 공국과 `술탄`을 앞세운 투르크 제국의 대규모 전쟁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들의 나열로 기대만큼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

다만 `드라큘라`와 박쥐와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드라큘라`가 수도원 타워에서 뛰어내리면서 찰나의 순간에 수십, 수백 마리의 박쥐로 변하며 투르크 군 사이를 질주하는 장면, 그리고 `드라큘라`의 조종 아래 엄청난 수의 박쥐떼가 투르크 군에 수직 낙하하며 그들을 파괴하는 장면 등은 스크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드라큘라`를 연기하면서 한 마리의 박쥐로 변한 적은 있지만, 적들을 압도하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존재로서의 `드라큘라`는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송곳니로 대변되는 기존의 `드라큘라`를 뛰어넘어 박쥐 무리를 조종해 특별한 형태로 만들거나 자유 자재로 이동하게 하는 등 절대적 힘에 대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번 영화가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신선함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영화에서 예고한 후속 편에 대한 기대감을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가질 지는 의문이다. 최신웅 기자

취재협조 = 대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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