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사 '당겨타기' 수익 혈안

최근 이미정(47·여)씨는 충북 청주에서 대전 유성으로 운행하는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터미널에서 승차표를 발권했다. 지정된 좌석에 탑승하기 위해 출발 시간에 맞춰 버스에 올랐지만 이미 다른 승객이 김씨의 좌석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승차표를 검표하는 운전기사에게 해당 상황을 설명했고 운전기사는 이미 다른 승객이 앉았으니 다음 시간 차량을 탑승하라고 답변했다. 이씨는 지정된 좌석이 명시된 승차표를 제시하며 항변했지만 오히려 언성을 높이며 운행 시간이 지연되고 있으니 내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씨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지정된 좌석에 탑승하려 했지만 검토를 담당한 운전기사는 승차표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내리라고만 했다"며 "중복 발권이 됐더라도 전후사정을 설명해줬어야 하지만 그런 양해는 구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내리라고 해 다음 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전국적으로 시외·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지정좌석제가 도입됐지만 일부 운행버스가 이를 지키지 않아 승객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운송사는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인 승객 당겨 타기 등의 관행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어 지정좌석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당겨타기는 출발 시간에 빈 좌석이 생길 경우 다음 차량 탑승 승객을 그 자리에 탑승시키는 방법이다.

문제는 당겨 타기로 인해 원래 지정좌석에 타야 할 승객이 탑승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 검표 확인절차 미비와 운송회사의 수익행위 등으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운송회사는 되도록 만차로 운행을 해야 최대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승차표 회수권을 통해 수익금을 정산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탑승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정좌석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운송회사 관계자는 "빈 좌석에 다음 차량 승객을 탑승시키는 것은 회사 수익구조 상 일반적인 관행이며 실제 다음 차 승객들도 빈좌석이 생기면 탑승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검표확인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경유노선의 경우 운행시간 준수로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정좌석제는 현재 뚜렷한 기준이나 법령이 없어 터미널마다 운영도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정좌석제는 기존 비좌석제에서 승객들의 편의성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지만 법적 규정이 없어 각 터미널별로 시행여부가 다르다. 대전지역의 A 버스터미널의 경우 70여 개 노선 중 67%를 지정좌석제로 운영하고 있고 B 버스 터미널의 경우 30여 개 노선 중 2.1%에 그치고 있어 터미널의 운영시스템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 터미널 관계자는 "지정좌석제에 대한 승객들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운송회사와 협의를 통해 좌석제 도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며 "하지만 일부 터미널의 경우 목적지 예매사이트가 다르거나 경유노선의 운영시스템상 도입하기 어려운 실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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