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투명인간' 강량원 연출가 인터뷰

 사진=극단 '동' 제공
사진=극단 '동' 제공
대전예술의전당과 남산예술센터가 공동제작한 연극 '투명인간'이 24, 25일 양일간 총 3회에 걸쳐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공연된다. 손홍규 작가의 단편소설을 연출가 강량원이 새로운 연극 언어로 각색·연출한 이 작품은 투명인간 놀이를 하면서 진짜 투명인간이 된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극 '투명인간'은 현실과 놀이, 가장과 실제의 아슬아슬한 경계와 그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무대화하고 있다.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현실을 맞닥뜨리는 순간 사람은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연출가 강량원은 연극을 통해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암흑 같은 슬픔을 이야기한다. 주로 외국 소설과 희곡을 각색해온 극단 '동'이 동시대적 문제의식과 언어 감각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기대를 주고 있으며, 특히 신체 행동과 움직임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는 극단 동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무대 언어적인 측면에서 각별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연극 '투명인간'과 연극에 대한 연출가만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연출가와의 일문일답.

- 대전에서 선보이는 연극 '투명인간'은 손홍규 작가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어떤 연극인가?

"'극단 동'이 3년 만에 준비한 신작 공연입니다. 작년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처음 쇼케이스 공연으로 선보였고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에 정식으로 시민들에게 보여드리게 됐습니다. 일단 줄거리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버지 생신날 가족들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투명인간 놀이를 하죠. 아버지도 처음에는 즐겁게 놀이에 대꾸합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놀이를 멈춰보려고 하는데 그럴수록 가족들은 더 놀이에 빠져 듭니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잠깐의 놀이조차도 유연하게 대응해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야속해서 놀이를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그때 아버지에게 불길한 생각이 찾아옵니다. '내가 정말로 보이지 않는 건 아닐까?' 그 물음은 겉모양이 보이지 않는 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오랜만에 멈추어 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물음입니다. 그리고 점점 아버지는 놀이 안으로 들어갑니다. 다시 퇴근해서 들어와 아무도 없는 집으로 들어오는 놀이를 하고 투명인간이 할 법한 걸음걸이나 의자 혼자 춤추는 놀이를 하기도 하고 금지의 영역인 딸의 방을 열심히 달려보기도 하고 어머니의 얼굴에 베개를 떨어트리고 얼마만인지 모를 아내의 냄새를 맡아도 봅니다. 가족들은 뒤늦게 아버지를 멈춰보려고 노력해봅니다. 그러나 이미 놀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아버지를 되돌릴 수 없고, 가족들도 놀이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관객들은 아버지가 정신을 놓아버림으로써 진짜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손홍규 작가를 좋아하는가?

"손홍규 작가의 단편 소설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단편 소설집 '톰은 톰과 잤다'와 '사람의 신화'를 좋아합니다. '사람의 신화'안에 '거미'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안간힘을 다해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들은 자신들을 거미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서로에게 매달린 한 가닥 거미줄에 생존을 걸고 사는 거미. 손홍규 작가의 소설의 특이한 점은 어디 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상상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그 가족이 거미인지 스스로 거미처럼 생각하는지 아니면 작가가 그 가족을 거미로 비유하고 있는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은 '투명인간'도 비슷합니다. 아버지가 마침내 투명인간이 된 것인지 투명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불분명하죠. 그런 모호함,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래서 광경을 천천히 묘사하거나 몸의 움직임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러한 연극성이 손홍규 작가의 작품에서 느껴지고 저희도 그 점을 표현하길 원했습니다."

-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단순한 스토리에 중심을 두는 연극이 아닌 어떤 현상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 위주였던 것 같다. 이런 작품을 다루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사실 스토리를 거부한다기보다는 아주 단순한 스토리를 선호해왔습니다. 복잡한 스토리는 관객의 주의를 스토리에 뺏기기 십상이어서 공연을 다 본 다음 '뭘 보셨어요?' 물으면 줄거리 말고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게 되죠. 저희는 관객들이 무대와 빛과 소리 그리고 배우들의 몸의 움직임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그런 연극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줄거리로 분산되는 신경을 가능한 줄이려고 최대한 단순한 내용을 찾는 것입니다. 그 예로 우리 극단 공연 중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관을 매고 여러 가지 역경을 이기고 마침내 장지로 가는 가족들의 단순한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관을 매고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는 배우의 육체적인 움직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연출가의 작품은 다소 실험적인 면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좋지만 대중들이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연극에서 실험을 하는 이유는 작업자 혹은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떤 모습 혹은 어떤 감각을 일깨우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나 감각은 어느 정도 친숙하지 않은 거북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쓰게 되어 처음에는 몸이 뻐근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 몸에는 훨씬 이로울 것입니다. 예술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처음엔 좀 거북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감각 혹은 관점에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분명히 새로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경험이 바로 예술적인 체험입니다."

- 작품 속에서 '몸'은 언제나 중요한 언어수단으로 기능을 한다. 몸을 통해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가?

"저희들에게 몸은 '언어'를 보완하는 도구로서의 '몸'을 의미합니다. 즉 말을 부정하는 몸이 아니라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는 상대방이 하는 말만을 통해 서가 아니라 말을 하고 있을 때의 표정, 몸짓, 음성이나 호흡 등과 말을 비교하면서 상대방의 속마음을 파악합니다. 그때 그 모든 것, 즉 말까지 포함한 모든 것이 다 몸입니다."

- 마지막으로 연극을 보러 올 많은 시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저희가 이 작품을 만들 때 저희가 경험한 아버지 혹은 가족들과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러한 개인적인 가정의 풍경을 그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의 가정의 풍경을 떠올리면서 관람하시면 훨씬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최신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