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일부 사실" 엇갈린 주장 '직무정지가처분'건은 대립… 내달 증인심문

주지스님 선거에 출마했다 금품을 건넨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2명의 스님들이 첫 공판에서 어색한 조우를 했다. 특히 이번 재판이 한쪽에서는 빨리 끝나길, 다른 한쪽에서는 오래 연장되길 바라고 있어 엇갈린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전지법 공주지원 형사 1단독 도영오 판사는 지난 17일 충남 공주 마곡사 27대 주지선거에서 금품을 나눠준 혐의로 기소된 현 마곡사 주지스님 심모씨와 함께 출마해 낙선한 황모씨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심씨와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금품을 나눠주라고 지시하거나 준 적이 없다"며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심씨측 변호인은 "돈이 제3자를 통해 전달됐지만 피고와 무관한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잘 봐달라고 돈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함께 기소된 황씨와 변호인은 "일부 공소사실은 맞지만 몇 가지 틀린 게 있다"며 "A씨에게 돈을 준 것은 맞지만 액수도 더 적고 예전에 돈을 빌려줘 다시 돌려준 것"이라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2명의 스님들은 직무정지가처분 신청 사건에선 상대방의 위치에서 대립하고 있다. 실제 이날 재판에서도 이런 부분이 언급돼 시선을 모았다.

도 판사는 "형사사건에선 함께 기소됐지만 직무정지가처분사건에선 쌍방이 대립관계에 있다"며 "다음 기일엔 양측의 증인심문을 진행할 예정인데 서로 분리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라고 피고인측 변호사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또 "한쪽은 빨리 형사사건이 마무리되길 바랄 것이고 다른 한쪽에선 천천히 진행하길 원할 것 같다"며 "직무정지가처분 사건에서는 우리 재판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사의 분리 증인심문 권고에 양측 변호인들은 모두 찬성, 황씨가 신청한 증인 2명은 내달 21일 오전에 진행되며 심씨는 같은 달 25일 증인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 7월 마곡사 주지 선거를 앞두고 선거권이 있는 일부 스님들에게 수백만원씩 총 8500만 원을 나눠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조계종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련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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