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록(조완선 지음)=비취록은 홍경래의 난이 진압된 이후 조선 민초의 열망을 모아 만든 예언서로, 난세의 비결과 1만 가지에 달하는 예언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은 200여 년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비취록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며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추리소설 플롯에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상상력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작가의 전작인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에서 보여준 고문서에 대한 애정과 연구를 비취록에서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북폴리오·360쪽·1만3000원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강은호·김종철 지음)=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철저하게 혼자서 살아가지는 못한다. 자신을 과도하게 채찍질하는 사람들의 내면은 충족되지 못한 인정 욕구로 가득 차있다. 이 인정 욕구가 어떤 계기를 통해 자극받으면 뇌관이 터지듯이 투쟁하거나 도피 반응으로 이어진다. 책은 투쟁반응과 도피반응으로 인한 오해의 악순환을 다루고 있다. 어떤 반응으로 나타나건 이 반응들은 상대방의 반응 이면에 정반대의 심리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문학동네·296쪽·1만4800원

△한국의 지(知)를 읽다(노마 히데키 엮음·김경원 옮김)=일본인 학자 노마 히데키는 '한국의 지(知)'에 주목했다. 전작인 '한글의 탄생'에서 세계의 문자 역사에서 한글의 혁명성을 말하던 그는, 이번에는 한국의 지 전체를 조망했다. 책은 사상가, 언어학자, 소설가, 현대미술가, 영화감독 등 한 나라의 '지'를 만들어 가는 140여명의 지식인들이 참여했다. 이면에는 한국의 지를 규명하기 위해 1000통이 넘는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그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작가는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인'과 '전문인'들에 익숙했던 독자들에게 총합인 '지'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위즈덤하우스·752쪽·2만8000원

△인디언을 보았다(닐스 몰 지음·김영진 옮김)=17세 소년이 잊지 못할 여름방학을 보내며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책은 소년이 가혹한 환경 속에 홀로 남겨져 헤매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소년은 어울리지 않는 여자친구, 뒤틀린 가족관계, 성숙하지 못한 아버지 등 꼬여가는 상황을 오로지 맨몸으로 헤쳐나간다. 2012년 독일청소년 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이 책은 시간을 뒤섞는 독특한 구성과 정교하게 배치된 상징, 감각적이고 유니크한 묘사와 무심코 맞닥뜨리는 반전의 매력을 가졌다. 창비·416쪽·1만3000원

△켄 윌버의 통합비전(켄 윌버 지음·정창영 옮김)=통합심리학 분야의 대가이자 의식연구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켄 윌버는 이 책을 통해 그의 핵심 사상을 100여개의 컬러 이미지와 도표, 설명을 통해 알기 쉽게 정리했다. 특히 '자아실현의 욕구'로 유명한 매슬로, 문화적 발달 단계를 제시한 장 겝서, '스파이럴 다이내믹스'를 주창한 클레어 그레이브스 등의 다양한 인간발달 모델과 방대한 지식 시스템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뽑아 제시했다. 그는 재미있는 사례를 통해 통합적 관점을 건강, 비즈니스, 생태학 등의 분야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할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간단하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안하고 있다. 김영사·240쪽·1만3500원

△열일곱살의 비밀(바히니 나이두 지음·하혜주 옮김)=이 책은 단지 성장통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기에는 다소 무거운 자살, 성적 취향, 식이장애, 정서적 유기 등을 다루고 있다.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주인공 엘라보다 한 살 많은 작가는 자극적이지만 아름답고, 아프지만 사랑스러운 열일곱 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린다. 어른들이 표현할 수 없는 섬세한 10대의 감정을 예민하게 포착한 점에서 기성 작가들의 찬사를 불러일으킨 작품. 꿈꾸는꼬리연·288쪽·1만2000원

△60세 이상만 고용합니다(가토 게이지 지음·이수경 옮김)=일본 기후현 나카쓰가와시의 '가토제작소'는 60세 이상만 고용한다는 모토를 갖고 운영되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 가토제작소는 주요 공정은 현역 직원이, 단순 지원 업무는 실버 직원이 맡는 '능력별 워크 셰어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1년 동안 연중무휴로 공장을 운영한다. 정년이 없고 고용 기간은 '직원이 그만 두고 싶을 때까지'인 가토 제작소는 인간이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귀하고 가치있는 일인지 보여준다. 북카라반·228쪽·1만3000원

△염불처럼 서러워서(김성동 지음)=김성동 작가가 바라본 우리나라는 패배했지만 웅장했던 역사를 가진, 소위 '비단 할아버지'들의 역사였다. 역사를 가르치지 않거나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오늘날은 누군가에게는 행복시대고 누군가에게는 참혹시대다. 작가는 역사에서 밀려난 우리 할아버지들이 이루고자 했던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 그 세상을 이루려 어떻게 움직였고 왜 쓰러졌는지에 대한 역사적 진실만큼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사를 잊어가는 시대를 위해 힐링의 메시지, 역사의 진실이 담긴 학술서, 참회와 고해성사를 바라는 편지로서의 의미를 담은 에세이집. 작은숲·396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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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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