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트래비스 파인 감독 초콜렛도넛

시카고 국제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 시애틀 국제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과 관객이 뽑은 최우수 남자 배우상, 우드스톡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 트라이베카 국제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 나파 밸리 국제 영화제 최우수 관객상 등 전 세계 12개 국제 영화제에서 대다수의 관객상을 휩쓸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영화 '초콜렛 도넛'이 드디어 개봉했다.

초콜렛 도넛, 디스코, 해피엔딩 스토리를 좋아하는 다운증후군 소년 마르코(아이작 레이바). 엄마가 마약 복용으로 적발돼 감옥에 가고 홀로 남겨진 마르코는 이웃이자 밤무대에서 쇼댄서로 살아가는 루디(알란 커밍)와 함께 살며 처음으로 가족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루디는 불행한 상황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마르코를 꼭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연인이자 검사인 폴(가렛 딜라헌트)과 함께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각오하고 양육권을 위한 재판을 시작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부모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둘은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힘든 싸움을 시작하는데….

미국 할리우드에서 30년 간 떠돌던 시나리오를 드디어 영화로 탄생시킨 트래비스 파인 감독. 그는 1970년 말 미국에서 한 게이 남성과 그가 돌본 정신지체 소년의 실화를 각색한 '초콜렛 도넛'을 단순하다시피 명쾌하고 힘 있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메시지는 바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 동성애로 상징되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철폐와 인권 강화를 위해 제도적 개선과 아울러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과격한 것은 아니다. 그 어떤 초콜렛 도넛 보다 달콤하다, 그 달콤함에 감동받아 눈물이 흐를 정도다.

"이들의 이야기는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의 문제도, 백인이냐 흑인이냐의 문제도, 부자이냐 가난한 자이냐의 문제도 아닌 자녀를 빼앗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보편적인 고통의 문제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진정한 사랑으로 서로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의 고통과 진심은 깊은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영화는 극중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그 감동을 더하고 있다. 먼저 그 누구보다 마르코를 사랑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모가 되는 것을 허락 받지 못해 고통 받는 루디 역을 맡은 알란 커밍은 실제로 커밍 아웃을 하며 화제가 된 인물이다. '엑스맨 2', '아이즈 와이드 셧', '버레스크' 등 다양한 작품 속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선보여온 알란 커밍은 제작진이 루디 역에 '섭외 1순위'였던 만큼 대체 불가한 연기를 펼쳐 보인다. 또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다운증후군 소년 마르코 역을 맡은 아이작 레이바는 첫 연기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가장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초콜렛 도넛'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970년대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OST의 향연이다. 1970년대 히트 디스코 곡인 프란스 졸리의 'Come to me', 역시 1970년대 활발한 활동을 했던 3인조 여성 그룹 더 허니 콘의 'One Monkey Don't Stop the Show Part 1', 테디 랩의 'Getting Hot' 등 흥겨운 디스코 곡을 비롯해 마티 발른의 발라드 명곡 'Miracles', 70년 대 미국을 대표했던 R&B 여가수인 셀마 휴스턴의 최고 히트곡인 'Don't Leave Me This Way'까지 다양한 장르의 주옥 같은 명곡들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더욱 리얼하게 살려줌과 동시에 작품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곡은 밥 딜런의 대표 곡 중 하나인 'I Shall Be Released' 일 것이다. 마룬 5, 잭 존슨을 비롯해 수 많은 가수들이 커버를 할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고 있는 이 곡은 극 중 루디 역을 맡은 알란 커밍의 목소리로 직접 부른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피가 아닌 마음으로, 사랑으로 가족을 꿈꾸는 이들의 아름다운 드라마가 깊어가는 가을, 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할 것이다. 최신웅 기자

취재협조=대전롯데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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