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가 된 소녀들 이시카와 이쓰코 지음·손지연 옮김 삼천리·248쪽·1만5000원

지난달 5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다수의 여성을 강제 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요시다 증언' 관련 기사를 취소하고 오보를 인정했다. 아사히신문은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을 1982년 보도한 이래 16차례나 관련 기사를 게재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증언에 의문을 제기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까지 허구로 받아들여지기에 이르렀다. 아사히는 오보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보도가 부정확하다고 해서 위안부 문제가 날조라거나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빌미로 일본 내에서는 위안부 보도 날조설과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는 사실이 재차 증명됐다는 여론 또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위안부는 부정할 수 없는, 부정해서는 안되는 역사적 사실이다. 1945년 연합군 문서, 네덜란드·프랑스·중국 검찰이 극동국제군사재판소에 제출한 자료와 피해자들의 증언에 이르기까지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과 그 강제성을 입증하는 사료들은 세계 도처에 남아있다. 책 '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 역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낱낱이 전한다.

'일본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저자 이시카와 이쓰코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에 힘입어 책을 집필할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과 일본 각지를 오가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아픔을 함께했다. 책은 1993년 이와나미 주니어 신서로 출간됐지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책은 아사코와 아키 자매, 그리고 친구 유미가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뤄져있다. 이들은 이웃 가와세 마키코씨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감춰진 역사의 진실에 다가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사라진 열악한 위안소와 '황군 병사에게 주는 선물', '공중변소'로 취급되며 하루에도 수 십 명의 군인들을 상대하는 소녀들의 처참한 실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다. 저자는 책장 곳곳 일본군으로 참전한 이들의 증언과 편지, 일기, 공문서를 통해 위안부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위안부의 진실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밝힌 할머니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비로소 알려 질 수 있었다. 저자는 김학순 할머니를 비롯해 강덕경, 문옥주, 황금주, 이용수, 배봉기, 송신도, 김영실, 완아이화, 시로타 스즈코,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희망을 전한다. 저자는 위안부 피해 여성과 동시대를 살아간 세대이자 일본 국민, 그리고 같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이러한 일본의 '위안부'가 피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일본 전체의 문제라고 못 박는다. 자랑스러운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가르쳐야 함을 강조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책임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일본인 지식인의 반성이 날카롭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본의 우경화에 힘을 잃고 있다. 일본은 지금 위안부 문제에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 담화'의 재검증에 이어 교과서 위안부 관련 서술을 삭제하려는 움직임 또한 보이고 있다. 정녕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잊은 것일까. 일본은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울려퍼지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모른 척할 것인가. 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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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134차 정기수요집회에서 소녀상 주위로 평문여고생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9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134차 정기수요집회에서 소녀상 주위로 평문여고생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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