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마이클 만·존 홀지음·김희숙 옮김 생각의 길·264쪽·1만5000원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이다. 문명과 국가의 명멸에는 권력의 이동이 있었다. 개인의 삶 또한 특정권력의 질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UCLA의 사회학부 교수 마이클 만과 캐나다 맥길대의 사회학부 교수이자 저널리스트인 존 홀은 대담집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을 통해 권력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선보인다. 마이클 만은 연작 '사회 권력의 원천들(1-4권)'을 통해 태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생성과 발전, 이동에 관한 방대하고 밀도 있는 분석으로 사회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은 '사회 권력의 원천들'에서 선보인 마이클 만의 이론과 사고를 기반으로 한 대담이다.

존 홀은 마이클 만을 우리 세대의 막스 베버(Max Weber)라고 칭한다. 베버와 마이클 만은 사회권력의 원천들을 구분해 역사적 기록과 현재의 세계를 이해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다만 베버가 권력을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형태로 나눠 설명했다면, 마이클 만은 여기에 군사 권력의 자율성을 더해 권력의 원천을 4부 체계로 발전시켰다.

마이클 만에게 20세기 전체를 조망한 결과 가장 근본적인 사회제도는 자본주의와 국민국가였다. 그는 자본주의가 점점 더 견고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몇 가지 변형된 형태들로 존재하며 자본주의 외의 비(非)시장 경제시스템에 대해서도 실패했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디터 젱하스(Dieter Senghaas), 린다 바이스(Linda Weiss), 존 홉슨(John Hobson), 장하준 등 학자들의 연구를 거론하며 18세기와 19세기의 영국을 제외하면 성공적인 경제 개발은 자유시장이 아니었을 때도 가능했다는 주장을 언급한다. 초기 독일과 미국, 일본, 한국, 인도 등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들은 높은 수준의 정부 보호와 특혜, 규제, 조정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포스트산업화 시대에는 중앙 집중적 국가 계획경제가 한계를 맞이했다. 마이클 만은 '국가 조정 속 자본주의 발전'이라는 혼합 경제 양식이 지역의 자원 보유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공인 받고 성공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마이클 만은 국민국가가 앞으로도 얼마간은 지배적인 정치 형태로 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민국가는 세금과 복지제도부터 국가 대항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도들을 통해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국가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현재는 민주주의로부터 멀어지는 흐름이 커지고 있는데 군사정권이 아니라 가짜 민주주의로 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는 치르지만 결과가 정해져 있고, 다당제이지만 정권이 후보자들을 고르는 '무늬만 민주주의'인 것이다. 또한 중국이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공을 보이자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대의제도보다 질서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해 마이클 만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완전한 4권 분립을 통한 다원주의라고 주장한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사회 민주주의적 형태나 기독 민주주의적 형태로 강력한 사회권을 보장하는 점을 매우 높이 산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나 유럽대륙의 많은 조합주의 국가들의 구성원들은 자유주의적인 국가들의 구성원보다 권력관계로 수렴할 수 있고 불평등 수준이나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노동시간 등의 사회 지표에서 자유주의 국가들과 비슷하거나 더 앞서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만은 앞으로 전쟁이나 대혼란, 혁명처럼 가시적인 권력이동이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과거와 같은 절대 권력이 등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권력은 과거보다 더 은밀하고 지능적인 형태로 우리의 일상 속에 파고 들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세계화된 생산, 무역 네트워크가 세계 속에서 점점 더 광범위한 경제적 권력관계를 만들면, 생산관계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집약적으로 통제합니다. 둘의 조합을 통해 경제적 권력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은밀하면서도 끈질기게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고 가장 지속적으로 전개됩니다."

권력은 힘의 불평등을 전제로 한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억압의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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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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