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늦여름, 별 헤는 밤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니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니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 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한 대목이다. 소설처럼 삶은 때로 확대경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확대경 대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과 행성을 볼 때 잊고 지낸 삶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청년시인 윤동주는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고 썼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에 파묻혀 밤 하늘의 별 하나도 보지 못할 때 삶은 정말 '별 볼일 없는 인생'으로 전락한다. 작심하고 별을 보려 해도 불야성인 도시에서는 어렵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제대로 별을 볼 수 있는 시설을 만날 수 있다.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에는 조선시대 천문학자인 홍대용 선생의 이름을 딴 홍대용과학관이 있다. 올해 개관한 홍대용과학관에서는 다양한 관측장비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천안 독립기념관 인근의 목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도 천문대가 있다. 곡교천변이 한 눈에 조망되는 아산시청소년문화센터의 스마트 천문대도 천체관측의 명소이다.

대전이나 충남권에도 천문대가 있다. 대전은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2001년 5월 문을 연 대전시민천문대가 유명하다. 대전시민천문대는 매년 1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별자리 관측의 순례코스이다. 구기자와 고추로 유명한 충남 청양군 칠갑산에는 칠갑산 천문대가 별 자리 관측의 기회를 제공한다. 산에서 보는 별자리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혼자서 별을 보러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동호회에 가입해도 좋다. 대전과 충남에는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지부가 각각 결성됐다. 지부에 가입해 활동하면 천문관측의 고수들과 자연스레 어울려 견문을 넓힐 수 있다. 천문관측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면 아마추어 천문지도사 자격증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별들과 친해지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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