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안드레아 더리·토마스 쉬퍼 지음 조규희 옮김·자연과 생태·448쪽·2만2000원

'당신은 제게 호의를 갖고 있군요. 제가 준 작은 선물에도 미소를 짓네요. 당신 마음에 든다면야 더 큰 초콜릿도 드리지요.' (1823년 울리케 폰 레페초프에게 보낸 시 中)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초콜릿 애호가였다. 그의 초콜릿 사랑은 대단했는데, 초콜릿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항상 꽃과 초콜릿을 선물 했을 정도였다. 당시 유럽에서 초콜릿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를 상징할 정도로, 왕실과 귀족만이 즐길 수 있는 최상급 음식이었다. 이러한 초콜릿의 배타성은 19세기까지 공고히 이어져 왔다.

책은 오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초콜릿과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의 역사를 살핀 것이다. 쾰른 초콜릿박물관에서 활동하며 다방면의 지식을 겸비한 저자가 카카오 속에 자리한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본디 중앙아메리카의 습한 열대우림 그늘에서 자라는 카카오는 신에게 바치던 제물이자 19세기까지 화폐로 통용되는 귀한 식물이었다. 또 귀족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자 고통과 질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중앙아메리카를 침략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 카카오의 가치를 간파해 본국으로 가져가기 시작했고, 귀족들을 중심으로 달콤한 초콜릿을 마시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이 달콤한 음료는 여행객들과 왕가의 결혼 등을 통해 17세기 전반까지 유럽 곳곳에 퍼지게 된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은 초콜릿에 일대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제조기술의 발달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초콜릿은 더 이상 귀족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귀족들이 값비싼 식기에 따라 마시던 '음료' 초콜릿은 간편히,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판형 초콜릿과 초콜릿 바(Bar)로 그 모습을 달리해갔다.

그러나 유럽에서 카카오의 수요가 많아질수록, 중앙아메리카 농민들의 삶은 피폐해져 갔다. 스페인 식민지배하에서 공물로 바쳐야 하는 카카오 양이 늘어나면서 열악한 재배환경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들을 대신할 인력을 아프리카에서 찾았고, 노예무역으로 이어지는 폐단을 낳게 된다.

더 나아가 20세기 초콜릿의 폭발적 수요는 남아메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카카오를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대기업에 값싸게 공급하는 불평등한 무역구조를 야기했다. 코트디부아르 등 주요 카카오 생산지의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열악한 환경, 아동 노동의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신들의 양식'이라 불리며 극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던 초콜릿은 이제 기호식품을 넘어서 그 효능을 인정받아 건강식품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의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책은 '작은 갈색열매' 카카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통해 초콜릿의 달콤함 뿐만 아니라 그 달콤함 속에 가려진 쌉싸래한 맛 또한 가감 없이 들춰낸다. 다만 특정 음식을 통해 역사를 살피는 구성과 전개는 기존에 출간된 여타 서적과 차별성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다. 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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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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