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훈 기자의 동굴탐험기

환선굴내 광장에 한반도를 상징하는 조명이 눈길을 끈다. 곽상훈 기자
환선굴내 광장에 한반도를 상징하는 조명이 눈길을 끈다. 곽상훈 기자
올 여름휴가 거창하게 잡지 않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휴가철만 되면 고민 아닌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백두대간 종주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를 접고 올해는 산으로 가야겠다는 마음만 먹었다.

그래서 강원도 골짜기를 택했다. 정선 아리랑으로 유명한 정선군을 먼저 찾았다. 재래시장을 즐겨 찾아 다녔던 터라 이곳에서도 정선시장을 둘러봤다. 시장 안에 있는 한 식당의 음식메뉴에 눈길이 멈췄다. 여러 가지 메뉴 중 `콧등치기`란 음식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서 식당주인에게 물어보니 감자로 만든 국수발이 쪽깃해서 입으로 들어갈 때 국수발이 콧등을 때린다 해서 `콧등치기`란 이름이 붙었단다.

메밀전병과 함께 콧등치기 국수를 한숨에 먹어 치웠다. 먹는 내내 국수발이 콧등을 치도록 강하게 흡입했지만 콧등을 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식당 주인이 정선의 가볼만 몇 곳을 추천해 줬지만 화암동굴이 끌렸다. 시장에서 출발해 30여 분만에 화암동굴에 도착했다. 강원도 지방기념물(제33호)로 지정돼 있는 이 동굴은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광산이다. 동굴에는 동양 최대의 유석폭포, 대형석순과 석주, 석화와 곡석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는 천연 종유굴로 태고의 신비굴로 불린다.

화암동굴에서 펼쳐지는 동굴 공포체험은 무더위 속에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공포체험은 동굴 내부 조명을 모두 끈 상태에서 1시간 동안 귀신과 싸워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손전등 하나만으로 1.8㎞구간을 이동해야 한다. 보통 간담이 큰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혼자 갈 수 없는 곳이다.

캄캄한 동굴 중간중간에 저승사자를 비롯해 처녀귀신, 늑대인간, 강시, 마녀 등으로 분장한 출연자들이 갑자기 나타나 소스라치게 만든다. 정선군에서는 노약자나 임신부, 어린이 등의 입장을 자제하며 안전을 위해 하루 400명만 입장시키고 있다.

동굴의 기온이 10-13도에 이르지만 공포체험을 하면 땀이 날 정도다. 일부 입장객들은 무서워 되돌아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굴 공포체험을 끝내고 1시간 넘게 차를 몰아 삼척으로 갔다. 삼척에 도착해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그 곳에서도 식당주인에게 가볼만 한 곳을 소개받았다. 식당주인이 소개해 준 곳 역시 동굴이었다. 삼척에 와서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란 말까지 하며 꼭 둘러볼 것을 주문한 식당주인 덕분에 가보기로 작정했다. 바로 환선굴이었다. 이 굴은 이미 1966년 천연기념물(제178호)로 지정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노년기 동굴로 잘 알려져 있다. 동굴생물도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학술적인 면에서 매주 중요시 여기고 있는 동굴이다.

총연장 6.5㎞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석회동굴인 이곳은 해발 820m에 있다. 그래서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서 관람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7분여 정도 타고 올라가야 입구에 닿을 수 있다. 환선이란 한 스님이 도를 닦기위해 굴속으로 들어갔으나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설에서 환선굴 이름이 유래되고 있다. 굴 안에는 스님이 기거했던 온돌터와 아궁이가 있다.

환선굴은 바닥이 온통 종유석으로 이뤄져 있고 직경 40m가 넘는 거대한 중앙광장은 수만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또 굴 안에는 10여 개의 크고작은 동굴호수와 6개 폭포가 있어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지하계곡을 탐방하는 느낌을 준다. 환선굴 인근의 대금굴도 웅장하면서도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굴로 잘 알려져 있다. 곽상훈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온달동굴  사진=단양군 제공
온달동굴 사진=단양군 제공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