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집이 두꺼운 나라일수록 살기 힘든 나라다`라는 속설을 하루하루 피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직업군은 건축사라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법령집은 끊임없이 두꺼워져 왔다. 법과 규정을 아무리 세분화해도 건축의 특성상 모든 경우의 수를 법규에 담을 수는 없다. 따라서 법에서 규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늘 허가권자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건축사는 전문가 그룹 중 유일하게 모든 업무를 인허가를 득해 처리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만큼 늘 관련 법규의 상세한 해석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실무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동일생활권 내에서의 동일한 법규 적용이다.

법이나 시행령과 달리 조례는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광역 및 기초단체별로 제정토록 돼 있으며, 광역시의 경우 기초단체는 특별히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광역단체의 조례를 준용하고 있다. 이는 동일생활권에서 각기 다른 조례를 시행함으로써 발생되는 시민의 불편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경우 각 구(區)는 적어도 동일한 조례를 적용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편의상 구획해 놓은 행정구역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구청별로 별도의 지침 등으로 서로 다른 내용의 법규를 적용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민원인의 유·불리를 떠나서 많은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뿐이다.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도 시민에 대한 서비스다.

둘째, 동일한 사안에 대한 동일한 법규의 적용이 필요하다.

법령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거나 의견의 차이가 있을 경우 통상적으로 허가권자의 판단에 따른다. 그러다 보니 동일한 법규를 지자체별, 담당별로 다르게 해석해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크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질의하게 되는 경우 민원인과 허가권자의 법령에 관한 해석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제는 회신 내용이 명쾌한 유권해석이 아니라 허가권자와 협의하라는 답변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허가권자와 해석상의 차이가 있어서 질의한 것인데 허가권자와 협의하라니… 국토부의 명쾌한 유권해석을 기대한다.

법적용의 유·불리를 논하는 게 아니라 일관성 있는 법 적용을 기대할 뿐이다.

손근익 대한건축사협회 회원권익보호위원장·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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