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38년만에 이른 추석 지역 과수농가는

20일 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한 배밭농장에서 주인 김성식씨가 추석을 대비해 출하할 배를 살피고 있다.
20일 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한 배밭농장에서 주인 김성식씨가 추석을 대비해 출하할 배를 살피고 있다.
38년 만에 가장 이른 추석(9월8일)을 맞이하는 과수농가의 표정이 어둡다. 극심한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한 상황에서 빠른 추석을 맞이해야 하는 탓에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특산물인 유성배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출하량이 70% 수준에 그쳐 명절 대목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사과, 단감, 대추 등 제수용품에 쓰이는 각종 과일도 작황부진으로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한 배농장. 농장주 김성식(64)씨는 아직 영글지 않은 배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올해는 추석이 빨리 찾아와 배 출하를 일찌감치 서둘렀지만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품종은 출하량이 지난 해에 비해 적을 것 같다"며 "이른 추석도 문제지만 이상기온 현상도 생육부진의 주원인"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배 등의 제수용품 과일의 생육기간은 지난 해 대비 열흘가량 짧아졌다고 한다. 특히 제수용품으로 사용되는 품종의 출하량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2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올해는 추석이 이른 만큼 명절 이전에 수확하는 조생종 위주로 물량을 맞춰 출하를 계획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제수용품으로 주로 찾는 배는 작황이 부진한 신고배이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라며 "명절대목이 지나면 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 출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의 표정도 밝지 못하다. 추석을 대비해 사과, 배, 감 등의 제수용 과일의 물량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장상인들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처 수소문, 사전예약제 등에 나섰지만 공급량이 적어 물량확보가 쉽지 않다. 특히 출하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과는 저온현상으로 과실 수가 줄어 가격이 30% 이상 뛸 것으로 보인다. 배는 15%, 단감은 40% 이상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김연풍 노은농수산물시장 과일조합장은 "사과는 배보다 수확시기가 이르고 제수용품 사과 중 `홍로`라는 품종이 있는데 올해는 추석이 빠르다 보니 물량이 부족한 상황"라며 "사과는 지난해 상품기준(5㎏)으로 제수용이 3만 5000원-4만원 가량으로 가격을 책정했는데, 올해는 4만원에서 4만5000원 정도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명절 선물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메론과 복숭아, 포도, 참외는 올해 일조량이 높아 출하량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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