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듐냉각고속로·초고온가스로 개발 주력 SFR 실증로 건설 年 2만t 수소생산 목표

 4세대 원전으로 개발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실험 시설인 'STELLA의 1단계'의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4세대 원전으로 개발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실험 시설인 'STELLA의 1단계'의 모습.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세계 각국은 현재 가동중인 2, 3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뛰어 넘는 4세대 원전 개발을 위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원장 김종경)은 2030년 실용화를 목표로 소듐냉각고속로(SFR·Sodium-Cooled Fast Reactor)와 초고온가스로(VHTR· Very High Temperature Reacto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4세대 원전 기술 개발 현황을 알아봤다.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초고온가스로(VHTR)=소듐냉각고속로(SFR)는 원자로 안에서 발생한 열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냉각재로 물을 쓰는 현재의 경수로 식 원전과 달리 액체 금속인 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새로운 원자로다.

SFR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까지 건설돼서 운영돼온 원전의 가장 큰 단점인 사용후핵연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SFR은 높은 에너지의 고속중성자를 이용해 핵연료가 원자로 안에서 연소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독성이 매우 높고 수명이 긴 핵종들을 반감기가 짧거나 안정된 핵종으로 변환시킴으로써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성 독성 감소 기간을 기존 원전의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또 SFR은 핵연료를 한번 쓰고 마는 기존의 원전과 달리 재순환해서 반복 사용할 수 있어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을 20분의 1, 폐기물 처분에 필요한 처분장 부지를 100분의 1로 줄이고, 우라늄 자원 활용률을 100배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초고온가스로(VHTR)는 우라늄 핵분열로 생기는 열로 전기를 생산하는 현재의 원전과 달리, 섭씨 950도에 달하는 높은 열을 만들어서 고효율 전력 생산은 물론 차세대 청정 에너지 수소의 대량 생산과 다양한 산업 분야의 열 공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신개념 원자로다. VHTR이 완성되면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열화학 또는 고온 전기분해 방법으로 직접 분해해서 대량의 수소를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안전성 높인 4세대 원전=4세대 원전은 3세대 이하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획기적이고 근본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특징이다. 소듐냉각고속로(SFR)의 경우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나 불시 정전 등으로 전력 공급이 완전 중단됐을 경우에도 운전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오로지 액체 소듐과 공기의 자연 대류(convection) 현상만으로 원자로에 남아있는 열을 안정적으로 냉각시킬 수 있는 '피동잔열제거계통'을 갖추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처럼 전력 상실로 원전 냉각에 실패함으로써 발생하는 중대사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배제한 것이다.

또 SFR의 냉각재인 고온의 소듐은 물 또는 공기 만나면 화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소듐이 물 또는 공기와 접촉할 수 없도록 이중 원자로 용기, 이중벽 전열관 증기발생기, 이중배관을 적용해서 소듐의 누출을 원천 차단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초고온가스로(VHTR)도 사고로 전원과 냉각수 공급이 끊겨도 공기의 자연순환만으로 원자로의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원자로다. 전원이 끊긴 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원자로 표면을 통한 자연 복사(radiation) 현상만으로도 원자로에 남은 열을 지속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또 지진 등으로 모든 배관과 격납용기가 파괴되도 원자로 용기의 공냉만으로도 잔열을 제거할 수 있다. VHTR의 안전을 보장하는 또다른 큰 특징 중 하나는 피복 입자 핵연료다. 깨알 크기의 우라늄 연료를 3번 코팅해서 만든 피복입자 핵연료는 섭씨 1800도의 고온에서도 방사성 물질을 누출하지 않는다.

◇4세대 원전 2017년 최초의 SFR 실증로 구현=한국은 지난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SFR 연구개발에 착수해 2001년 소형 소듐냉각고속로인 KALIMER-150, 2006년엔 중형 소듐냉각고속로 KALIMER-600의 개념설계를 각각 완성했다. 현재 최종 개발 대상인 600 MWe 급 실증로의 개념설계를 수행 중으로 올해 안에 이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부터는 SFR의 핵심 안전개념인 피동잔열제거계통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실증실험에 착수한다. 실험을 수행할 소듐 열유체 종합효과시험시설 STELLA의 1단계 시설을 2012년 구축하고, 2단계 시설 구축은 2016년 완료활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수립된 '미래 원자력 시스템 개발 장기 추진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8년까지 SFR 실증로를 건설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까지 실증로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2017년까지 실증로 표준설계를 완료한다는는 계획이다. 표준설계에 대한 인허가를 획득하면 부지 확보와 함께 산업체 주도 하에 상세설계를 수행, 우리나라 최초의 SFR 실증로가 건설될 전망이다. 원자력 수소 생산을 위한 VHTR 개발은 2004년 시작됐다. VHTR 건설을 위한 핵심 원천기술 가운데 안전해석 코드(소프트웨어), 초고온 헬륨 시험시설, 실험실 규모의 피복입자 핵연료 제조기술을 확보했으며, 수소 생산 공정 개발 등 미완 기술들은 국제 공동연구 등을 통해 확보해서 2022년까지 열출력 200 MW 규모의 실증로를 지어 연간 2만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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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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