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아이브 리앤더 카니 지음·안진환 옮김 민음사·420쪽·2만 원, 미친듯이 심플 켄 시걸 지음·김광수 옮김

전 세계인의 'IT 라이프'를 바꿔 놓은 애플. 다른 회사들이 성장할수록 생산 기기의 종류를 늘리고, 더 화려한 외관과 기존에 다져온 성공에 집착할 때, 애플은 혁신과 변화 그리고 아무것도 더 뺄 것이 없을 만큼 간단한 디자인에 집중했다. 그 결과 애플은 세계인의 생활은 물론, 산업 트렌드까지 바꾸는 기업이 되었다. 거대한 애플 제국의 중심에 3년전 세상을 떠난 잡스가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잡스라는 거인의 뒤에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마케팅 조력자 켄 시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이는 별로 없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두권의 책이 반가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비밀로 가득한 기업 애플을 잡스가 아닌 다른 이의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너선 아이브(리앤더 카니 지음·안진환 옮김)= '혁신의 아이콘' 잡스는 생전에 조너선을 두고 자신의 '영혼의 파트너'라고 말하곤 했다. 그만큼 애플과 잡스 그리고 조너선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하면 그 기기의 기술적 장점을 잘 부각시키느냐에 초점을 맞출 때 그는 스토리와 소비자에 집중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 감성, 인식을 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IT전문 매체 편집자 출신의 저자 리앤더 카니가 베일에 갇힌 천재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를 소개한 책이 출간됐다. 사생활이 거의 밝혀지지 않은 조너선의 삶과 철학을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제법 흥미로운 책이다.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라는 부제처럼 조너선은 잡스와 함께 애플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한 핵심 인물이다. 잡스는 "나를 제외하고 회사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라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거나 상관 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라는 말로 그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좌초위기의 애플에 다시 돌아온 잡스와 조너선이 함께 탄생시킨 아이맥은 반투명 몸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기존의 컴퓨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함이었다. 애플의 팬들은 환호했고 애플의 주가는 아이맥 발표 이전 3년을 통틀어 최고 수준으로 솟구쳤지만 일부는 원색의 혹평을 쏟아냈다. 플로피 드라이브의 부재,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낯선 외형 등이 이유였다.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 파격적으로 디자인했다는 비난에 조너선은 "디자인이 제품의 겉모습을 경쟁적으로 차별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바로 그런 사고가 기업의 영리를 위한 어젠다입니다. … 사람들이 미래에 애용할 수 있는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차별화는 단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결과일 뿐입니다"라고 일축했다. '애플 제국'을 건설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그지만 애플과 잡스를 지우고 그 자체의 인생을 본다고 해도 디자이너로서의 조너선은 분명 매력있는 인물이다.

△미친듯이 심플(켄 시걸 지음·김광수 옮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잡스'하면 연상하는 여러 이미지 중 하나는 아마 '심플'일 것이다. 최대한 심플하게. 그것은 잡스의 철칙이자 애플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했다. 유명 기업들의 광고와 마케팅을 맡으며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켄 시걸이 잡스와 직접 겪은 일화를 소개하는 책을 출판했다. 17년간 잡스의 마케팅 전략가로 활동한 그는 잡스가 애플로 다시 돌아왔을 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캠페인을 기획해 애플 부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들었듯이 잡스는 그다지 '푸근한' 사람은 아니었다. 몇몇의 일화에서는 포악하고 이기적인 인물로까지 비치기도 한다. 저자는 세간의 이런 시선에 대해 '무자비했고 요구사항도 많았다'고 인정하면서도 '견디기 힘들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듯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 냉혹함이 업무 과정이 불투명해지는 것을 막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했기 때문에 문제 해결도 빨랐다는 것이다. 애플과 광고대행사 'TBWA 샤이엇 데이'가 1984년 매킨토시 부터 2014년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성공적이고 끈끈한 파트너십을 유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저자는 이밖에 작게 생각하라, 상징을 생각하라, 단어를 생각하라, 인간을 생각하라 등 잡스와 함께 일할 때 겪었던 일화들을 토대로 11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이는 단순히 애플의 경영 철학이 아니라 혁신의 키워드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같은 업계의 다른 여러 기업과 일해본 저자가 애플과 그 회사들을 비교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델, 인텔과의 첫 만남에서 그들에게 '확 깼다'며 '두 회사에서는 창의성 보다 프로세스가 더 우위에 있는 듯했다'고 말한다. 반면 애플은 '아이디어가 늘 최우선 순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델과 인텔은 개선의 여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허용치 않았지만 잡스는 비록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않아 가차없이 차버릴지언정 새로움을 거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수많은 리더들이 애플의 성공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잡스의 철학부터 배워야 함을 따끔하게 일러주는 셈이다. 최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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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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