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가정법원 '비폭력 대화스쿨' 운영

"남편은 저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죽여서 X를 뜬다는 등 사람으로서는 할 수없는 미친 짓을 하였으며…."(남편상대 이혼소송에서 아내의 진술서),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딸을 맨몸으로 쫓아낸 사위는 악질분자…."(딸부부 이혼소송에서 친정엄마 진술서)

이혼소송이 제기되면 소장과 답변서 등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비난하고 혼인파탄의 책임자로 몰아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어야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유책주의 때문이다.

백년해로를 서약했던 부부가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이전투구를 벌이는데 이 경우 어린 자녀 양육문제나 재산분할 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조정 자리를 마련하더라도 당사자들의 감정이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나머지 원만한 합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매년 전국적으로 4만2000-4만5000건씩의 이혼소송이 접수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순환을 줄이기 위해 대전지역 법조인 등이 발벗고 나섰다.

대전가정법원 판사와 직원, 조정위원, 변호사, 법무사 등 70여 명은 14일 오후 대전가정법원에서 `갈등완화형 이혼모델 운영을 위한 실무자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은 소송대리나 소장 등 작성업무를 담당하는 변호사와 법무사가 이혼 당사자 간 갈등심화현상을 방지, 합리적인 소송태도를 끌어내는 데 노력하고 감정이 격해진 당사자를 대면하는 가정법원 판사와 직원, 조정위원 등도 당사자의 고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을 쌓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전가정법원은 올해 하반기 약 10주에 걸쳐 1주당 2시간씩 변호사와 법무사, 조정위원, 직원 등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 스쿨`을 개설하고 법원에 직접 오는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전용 상담창구를 개설해 종합적인 안내도 한다는 계획이다.

손왕석 대전가정법원장은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혼소송이 마치 링 위에서 권투를 하듯 법정에서 싸움을 벌인 뒤 법원의 승패 판정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혼은 단순한 법률상 부부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새로운 삶, 미성년 자녀의 올바른 양육을 위하여 각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진지하고 현명한 결정을 해야 하는 과정인 만큼 조정이 원칙이고 소송이 예외라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조정신청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동희 부장판사는 "비폭력 대화가 이뤄져야만 부부가 비록 헤어지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연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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