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 행장 모두가 오늘 금융감독원에 모인다고 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상대로 특별 정신교육을 하겠다고 긴급소집을 했기 때문이다. 은행장들로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자리일 수밖에 없다.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게 된 배경이 대출비리·고객정보 유출 등 최근 빈발한 금융사고 때문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많았던 곳은 가장 규모가 큰 시중은행인 국민은행이다. 계열사인 국민카드 때문에 총 5000만 명의 고객정보가 털린 데다 도쿄지점에서는 5000억 원대 부당대출 혐의로 당시 지점장 등이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주택채권 원리금 약 110억 원을 일부 직원들이 횡령하는 사건도 났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에서는 총 19만 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하나은행은 KT ENS 협력업체들의 대출사기 사건과 관련해 위기를 겪고 있다. 주거래 은행이었던 하나은행은 KT ENS 협력업체에 약 1조1000억 원을 부실대출해줬다가 16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러니 국내 금융산업 자체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 원장은 은행장들에게 내부통제를 한층 강화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금융사고가 재발할 경우 은행장 등을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내로라 하는 시중은행에서 이런 사건들이 빈발하는 건 실적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데다 낙하산 인사가 겹치면서 내부갈등이 심해져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실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때문에 주인의식과 공익정신으로 무장해야 할 시중은행 직원들이 오로지 실적 위주의 인사관리 때문에 돈 버는 기계로 내몰리면서 이런 나사 빠진 사고가 터진다는 것이다. 위기는 외부에서 온 게 아니라 내부에서 온 셈이다. 은행장들은 이를 직시하고 금융사고를 초래할 여지가 있는 은행 내부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내부 통제기능을 강화하는데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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