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의 죽음' 그 쓸쓸함에 대하여

탐욕의 제국

"모두가 부러워했던 꿈의 직장…. 그 곳에서 나는 백혈병을 얻었다."

근로복지공단 앞은 오늘도 변함없이 소란스럽다. 영정사진을 든 채 "노동자의 죽음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며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과 그들을 문 앞에서 막아서는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발병한 백혈병으로 미래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황유미,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물을 흘리지도, 말을 하지도, 걷지도 못하게 된 한혜경, 1년 남은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슴에 담겠다며 아픈 몸을 일으키는 이윤정, 동료의 죽음을 슬퍼할 틈도 없이 유방암을 선고 받은 박민숙, 고졸 학력으로 대기업에 입사한다는 것에 마음이 부풀었던 딸을 떠나 보내야 했던 황상기, 두 아이를 위해 남편의 죽음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정애정 등등 그들은 아직 코 앞에 드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죽음이라는 허망한 보상 앞에서 망연자실했던 그들은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초일류기업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기업이 미디어를 통해 초일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동안 밀폐된 공장에서 수백 종류의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며 죽어 간 젊은 노동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은 은폐된다. 이 영화는 노동의 현장에서 지워져 버린 개인의 삶과 꿈에 대한 기록이다. 최신웅 기자

◇ 밀수·약물 복용… 단지 살고싶을 뿐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방탕한 생활을 하며 로데오를 즐기는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는 어느 날 의사 '이브 삭스(제니퍼 가너)'로부터 에이즈진단을 받게 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30일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은 론은 치료제로 복용했던 약물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국에서는 금지된 약물을 다른 나라에서 밀수해 들여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에이즈 감염자 '레이언(자레드 레토)'과 함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고, 회원제로 자신과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에게 밀수한 치료 약물을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1980년대 에이즈 관련 실화를 가공한 영화다. 뜻밖에도 주인공은 백인 이성애적 보수주의자다. 1985년 영화배우 록 허드슨의 죽음은 에이즈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동성애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도 확산시켰다. 특히 영화를 위해 20㎏ 이상 감량한 매튜 매커너헤이와 자레드 레토의 소름 돋는 열연은 영화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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