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클래식 곡이라고 한다. 사실 4악장의 주선율은 동요처럼 단순해서 한 번만 들어도 쉬이 잊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따라 부르기도 쉬워 원래의 가사인 쉴러의 '환희의 송가' 이외에 다른 가사를 붙여서 부르기도 한다. 귀가 전혀 들리지 않게 된 베토벤의 가슴속엔 무슨 환희가 남아 있었길래 이러한 환희에 불타는 피날레를 써내려갔을까?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환희'라는 것은 실제로 사람이 어떤 기쁜 일을 겪을 때보다 우리의 생각 속에서만 추상적으로 존재할 때 오히려 더 선명한 색깔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음악에 표현되어 있는 이렇게 강렬하게 터져나오는 '환희'는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 간절히 바라는 그 극치의 환희에 대한 환상이 아닐까?

이 교향곡은 1824년에 완성되어 초연되었으니 베토벤이 죽기 3년 전이지만 실제 이 작품의 구상이 처음 발견되는 것은 이미 1798년으로 되어 있고, 1817년에는 이미 명확한 스케치가 남아 있으니 베토벤이 쉴러의 장편시 '환희의 송가'를 읽고 작품을 쓰리라 생각한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이 곡을 머릿속에서 구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4악장의 합창 부분은 매우 익숙한 음악이지만 이 교향곡의 첫 음이 연주되고 난 후 이 유명한 부분을 듣게 되기까지는 50분 가까이를 기다려야 하는 장대한 규모의 곡이기도 하다. 우주를 표현하듯 신비하게 시작하여 단단한 인간 의지를 나타내는 듯한 1악장을 거쳐, 야성미 넘치는 2악장, 인간과 하늘의 숭고한 대화처럼 들리는 3악장을 지나야만 혼돈과 인간들의 음악으로 가득한 곳에 "친구여 이런 음악 말고 더욱 즐겁고 기쁜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는가?"로 시작하는 4악장에 도착하게 된다. "환희여, 신들의 아름다운 빛이여, 낙원의 딸이여…" 그렇다. 환희는 신들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며 실로 천국의 그림자이다. 환희를 경험하는 자는 천국과 신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백만 사람들이여 껴안아라… 환희여, 그대의 기적은 세상의 관습이 엄하게 갈라 놓은 것을 다시 붙들어 매며, 그대의 날개가 상냥하게 멈추는 곳에서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되리." 어떠한 음악이 이러한 숭고한 내용과 활활 타오르는 내면의 기쁨을 이렇듯 응축된 음악어법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신이 많은 인류에게 선물해 주신 수많은 음악 작품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이 작품을 꼽고 싶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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