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영화 '풍경'은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꿈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고향에 계신 아픈 어머니가 보인다는 동티모르의 아이구스티노, 한국 사람들에게 고향 관광을 시켜주다 잠에서 깼다는 스리랑카의 타실라, 로또에 당첨되어 한국 관광을 다니는 꿈을 꾼 필립 곤잘레스 등등.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9개국, 14명의 이방인들 곁에 카메라가 잠시 머물러 한국 사회에서 이주 노동자들의 공간에 다가가 그 풍경을 담아낸다. 장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아스포라에 대한 그의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부유하는 인생을 가만히 지켜보는 카메라. 그래서 일까? 여느 이주 노동자를 다룬 영화와 다르게 '풍경'은 카메라에 담은 10명 남짓의 이주 노동자들 개개인의 이름을 호명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이들이 달려가는 가쁜 숨을 함께 느끼게 한다. 현실의 풍경으로 꿈을 구조화한 장률의 다큐멘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감성적 바탕과 이미지의 분배를 이루어내기에 근본적으로 정치적이다.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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