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쨍하게 울리는 새벽 공기가 갈수록 날이 선다. 울긋불긋 물든 가을 색은 이제 남쪽까지 다다르고 그 뒤를 따라 겨울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나 보다. 이맘때쯤 이른 아침 풀밭을 걸으면 밤새 잎마다 내려앉은 서리가 발밑에서 부서져 바삭거린다. 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서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 아스팔트로 매끈하게 포장되어 풀밭을 거닐 기회는 거의 없지만 가을과 겨울 사이 꼭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서리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지상의 물체에 얼어붙은 것으로, 가까이서 보면 끝이 뾰족한 얼음 가시처럼 생겼다. 서리가 내리기 위해서는 그 재료인 수증기가 대기 중에 충분히 포함돼 있어야 하므로 비나 눈이 온 2-3일 후에 자주 발생하며 북서쪽의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낮 최고기온이 18℃ 아래로 내려가고, 밤에는 바람이 약하고 구름이 없이 맑아 기온이 0℃ 부근까지 내려가면 대기 중 수증기가 열을 빼앗기면서 그대로 풀이나 나뭇가지에 얼음침으로 얼어붙게 된다. 이렇게 서리는 기온으로만 따지고 보자면 공기 중 수증기가 얼 만큼 추운 날 관측되는 기상현상인데, 오히려 어르신들은 '서리가 내리는 날은 따뜻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실제적인 기온은 낮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체감온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하늘이 맑아 해가 뜬 이후 볕이 그대로 들어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서리는 농작물에 절대적인 피해를 주는 위험한 기상현상 중 하나인데, 농작물에 서리가 내리면 잎의 세포막이나 엽록체의 막이 얼어 파괴되므로 누렇게 뜨면서 말라 죽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서리가 내리면 그해의 농작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마무리되었다는 의미와 같아 지역별로 작물의 선택에 마지막 서리가 내린 이후 다시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 즉 서리가 내리지 않는 무상기간이 중요한 조건이 된다. 지난 주말 청주와 서산에서는 올해의 첫서리가 내렸다. 대전은 평년 10월 24일쯤 첫서리가 관측되는데 올해는 평년보다는 조금 늦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무거워지고 날카로워지는 찬 공기만큼 이제 곧 우리 지역에서도 하얗게 피어난 얼음꽃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애숙<대전지방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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