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라는 작곡가는 어쩌면 그리 유명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작곡한 캉캉춤곡은 누구나 다 알고 방송에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 캉캉춤이 나오는 오펜바흐의 오페라의 제목이 번역본으로는 '천국과 지옥' 원제는 '지옥의 오르페우스'이다. 오르페우스라고?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의 이야기는 어릴 적 동화에서 읽어본 적이 있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던 여인 유리디체를 되찾기 위해 지옥까지 내려가고 유리디체의 차디찬 손을 잡고 지상으로 되돌아오는 동안 절대로 뒤를 돌아보면 안 되었던 그 이야기.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지상세계에 거의 도달했을 때 기쁨에 겨워 순간 뒤를 돌아보게 되고 유리디체는 다시 영원한 죽음의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는 바로 그 성스럽고 슬픈 이야기 말이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좋은 오페라의 소재였느냐 하면 오페라의 초기 역사에 보면 악보가 현존하는 가장 초기의 작품이 바로 1607년에 이 이야기로 쓰여진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이고 글룩이란 작곡가는 1762년 이 이야기 '오르페우스'를 원작에 충실하게 작곡하여 성스러운 음악, 비극적이며 아름다운 음악들로 구현해 내었다. 그런데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우스'를 보게 되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오페라를 보는 내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오르페우스와 유리디체는 서로 너무나 미워하는 나머지 유리디체는 그리스의 신 플루토와 바람을 피우게 되며 플루토는 그녀를 납치하여 지옥으로 내려가 버리고 만다. 오르페우스는 정말 그러고 싶지 않지만 여론의 힘에 등떠밀려-실제로 '여론'이라는 등장인물이 나온다 - 억지로 유리디체를 구하러 지옥에 내려가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다는 건 그에게 끔찍한 일이다.

이 오페레타-좀 더 가벼운 오페라라는 의미-는 상당히 많은 양의 대사와 음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번역으로 좋은 공연을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가볍고 익살스런 음악,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용의 반전 등으로 인해 오페라 초보자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오페레타의 서곡 역시 쉽게 친근해질 수 있는 가볍고 명랑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어 클래식 초심자에게 종종 추천하는 곡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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