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작품 중에 가장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곡은 아마도 미완성교향곡과 가곡 '마왕'이 아닐까? 아니면 '송어'나 '보리수'가 더 많이 알려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슈베르트는 교향악단이 연주할 만한 곡은 그다지 많이 남기지 않았지만 성악가들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또 '백조의 노래' 이렇게 세 개의 연가곡집을 비롯해 650여 곡의 주옥같은 가곡들을 남겼으니 말이다. 그 어느 한 곡 소홀히 쓰여진 곡이 없어 모두가 아름다운 곡들이다. 다만 성악곡들에 있어서 하나의 문제점은 가사가 모두 독일어이기 때문에 독일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번역을 읽어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작품의 아름다움을 백퍼센트 직접적으로 감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외에 슈베르트는 첼리스트와 비올리스트들이 아주 사랑하는 곡으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남겼다. 아르페지오네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악기인데, 기타와 첼로의 중간 정도 되는 악기였다. 이 악기를 위한 교본은 딱 한 권이 남아 있는데 이 교본을 쓴 사람 빈센초 슈스터가 바로 이 곡을 처음으로 연주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 악기가 너무나 빨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이 곡을 첼로 또는 비올라로 듣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다른 음악들과 마찬가지로 이 곡은 매우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고, 그의 고독한 상념이 청자의 마음속에도 파고든다.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듣기에는 매우 아름답고 우수에 잠긴 듯하여 평온하게 들리지만 연주자들에게는 연주하기 쉽지 않고 매우 많은 준비가 필요한 까다로운 곡에 속한다. 모차르트보다 더 짧은 삶을 살았고, 평생 혹독한 가난에 시달렸으며 악성 베토벤의 장례행렬에 참석했던 이 젊은 음악가는 베토벤이 죽은 지 2년이 채 안 되어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를 아꼈던 친구들은 그를 베토벤의 묘지 옆에 묻었고, 훗날 그의 죽음을 슬퍼한 사람들은 묘비를 세우고 이렇게 글을 새겼다. '음악은 여기에 풍려한 보배와 그보다 훨씬 귀한 희망을 묻었노라. 프란츠 슈베르트, 여기에 잠들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가슴 한 켠도 덩달아 서늘해지는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곡이다. 대전시립교향악단 전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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