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사랑하는 딸(초3)에게 책을 읽어 준다./ 며칠간은 시를 읽어 주다가/ 오늘은 <삐노끼오의 모험>(창작과비평사)을 읽어 주었다.// 아이들은 일어나기가 어려운가 보다./ 하기야 나도 어렸을 때 그랬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어 주었더니/ 아주 부드럽게 일어난다.// 혹시 듣지 않고 잠만 자나 하고/ 살짝이 물어본다./ "듣고 있니?"/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눈을 감은 채./ "음, 우리 예쁜 딸이 잘 듣고 있네." 하면서 계속 읽어 주었다./ 오늘도 아침에/ 어젯밤 잠을 재우며/ 읽다가 만 부분을 이어서 읽어 주었다.// 삐노끼오가 한참 배가 고프던 중에 달걀을 발견하고는 너무도 좋아/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까? 오믈렛을 해먹을까?"/ 아니야, 반숙을 해먹는 게 좋겠다!~" 하는 대목을 읽자/ 갑자기 자면서 듣던 딸아이가/ "으음, 먹고 싶어." 한다./ 조금 더 읽으며/ "일어나자, 업어, 응~" 했더니/ 아이는 자연스레/ 내 등에 업혀 식탁으로 향한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면서 전쟁을 치르시던 장모님도/ 이렇게 아이를 깨우니/ 요즘은 조용조용히 아침상을 차리신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앞으로도 아침마다 책을 읽어 줘야지!" 하고 다짐했는데/ 얼마나 갈지 은근히 걱정된다.//

올해 대학생이 된 큰아이를 키우면서 썼던 글인데 그때 그 정감이 얼마나 좋았던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요즘은 늦둥이(5세)에게 이렇게 책을 읽어 주며 깨우니 싱글벙글하며 일어난다. 어린이집 보내느라 일찍 깨우다 보니 늘 짜증을 냈는데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놀 시간이 없다. 조기교육과 과잉학습에 시달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아이들에게 단꿈을 꾸는 아침 깰 시간도 늘 승강이를 벌인다. 그런데 책을 읽어 주면 오히려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정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제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깨우는 하루를 시작하자. 그러면 아이도 부모도 모두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이다.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하여 정서가 자꾸 메말라간다는 소리는 멀찍이 도망간다.

어느덧 책을 읽기가 정말로 좋은 가을이 왔다. 이 좋은 계절에 이런 문화를 만들면 훈훈한 우리 사회가 될 텐데.

계룡문고·책 읽어주는 아빠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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