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나무시어터 '뱃놀이 가잔다' 내달 1-28일 대전 드림아트홀

 극단 나무시어터의 연극 '뱃놀이 가잔다'의 공연 장면. 사진=나무시어터 제공
극단 나무시어터의 연극 '뱃놀이 가잔다'의 공연 장면. 사진=나무시어터 제공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물위를 떠다니도록 만든 물건인 '배'. 하지만 아주 먼 옛날부터 이 배는 이동수단 외에 놀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뱃놀이'라는 유흥 행위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능과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의 시선을 쏟아내는 연극이 관객들을 찾는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연극공동체 나무시어터의 연극 '뱃놀이 가잔다'가 10월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드림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제4회 해양문학상 수상작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전소극장 연극제에 참가작으로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다.

연극은 장례식장에 울리는 다섯 남자의 곡 소리로 시작된다. 다섯 남자의 아내들이 뱃놀이를 나갔다가 배가 뒤집혀 몰살당하고 같이 갔던 최영감만이 홀로 살아 남은 것이다. 죽은 아내의 남편들은 사고의 중심에 있던 최영감을 의심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만 사건은 단순 사고사로 마무리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내들이 가입해 놓은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거머쥐게 된 다섯 남자들. 그들은 아내들을 위한 넋풀이 마당을 통해 사건의 의혹을 풀고자 굿판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굿판에 불려 나온 다섯 아내의 넋들은 오히려 홀로 살아남은 최영감의 멋진 뱃놀이에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아내들을 떠나보낸 다섯 남자들은 언제 슬픔에 잠겼냐는 듯 본능에 충실한 욕정에 빠져 드는데….

이 작품을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부조리한 사회 통념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정과 욕망에 대한 풍자요, 비정상적 사회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표면적으로는 부녀가 한 마을의 가족들을 완벽하게 파탄내고 보험금을 모조리 쓸어서 '먹튀'하는 부녀사기단의 범죄 가족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적으로는 사회구조 깊이 존재해 있는 금기와 부조리한 일상의 심연에 자리한 인간 본능의 원죄, 그 질곡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극은 통념적인 사회문화적 구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에로티시즘을 뱃놀이, 한배, 죽음, 잠, 꽃 등으로 극화하여 성에 대한 인간 본능과 죽음, 죄의식의 순수로 포장된 욕망에 대한 자기 질문을 가감없이 던진다.

이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를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보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는 관객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염려 붙들어 매도 좋다. 아내를 잃은 남편들의 능청스런 연기와 연극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무당의 익살스런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눈물이 나게 웃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웃기만 하다가 허무하게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웃음 뒤에 깨닫게 되는 주제의 묵직함에 가슴이 허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잘 우려 낸 '곰탕' 같은 작품을 만났다고나 할까? 많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을 넓혔으면 좋겠다.

이 연극을 준비한 공연단체 '나무시어터(儺舞詩語攄)'는 활발한 공연활동과 다양한 사회문화예술활동을 해온 활동가들이 뜻을 모아 2010년 5월 1일 창단 한 후 대전에서 활동하는 극단이다. 평일 오후 8시·주말 오후 4시, 2만 - 3만 원. 문의 ☎ 070(8778)8606.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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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나무시어터의 연극 '뱃놀이 가잔다'의 공연 장면. 사진=나무시어터 제공
극단 나무시어터의 연극 '뱃놀이 가잔다'의 공연 장면. 사진=나무시어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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