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까지 21일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두 가지 장면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폭동이 일어나 집을 버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페니가 다른 것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자신이 가장 아끼는 LP판을 챙기는 장면이다. 이건 감독의 음악에 대한 사랑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으로 그만큼 이 영화에서 배경음악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인 장면은 도지가 결국 첫사랑 올리비아 집에 도착한 후, 올리비아를 만나지 않은 채 조용히 편지만 남기고 오는 장면이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사람이었지만 이미 어긋나버린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채 남은 현실에 충실하려고 하는 도지의 모습 속에 이 영화의 주제가 오롯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종말을 앞둔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묵시록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끝이라는 상황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과 소소한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삶이 21일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순간에도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꿈꾸기만 할 것인가? 최신웅 기자
취재협조 = 대전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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