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51.6%의 득표율로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된 박 대통령의 전체 임기의 10분의 1을 겨우 넘기는 시점에서 공과(功過)를 한마디로 논하기는 힘들다. 국정 분야별로 평가가 다르기 때문인데, 외교안보 분야에선 점수가 후한 편이지만 내치(內治)와 대야(對野) 관계에서는 좋은 평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는 한편 북한의 핵전쟁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강고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처해 남북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평화헌법 개정 시도와 함께 재무장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선 정상회담 등의 대화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고립을 가중시켜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판을 받도록 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치에서는 성과라고 할 만한 게 많지 않다. 정부 출범 전후 6명에 달하는 장·차관급 인사의 낙마, 윤창중 사태 등으로 인해 인사에서는 낙제점이나 다름없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재풀이 빈약하거나, '수첩 인사'·'밀봉 인사' 등의 말에서 보듯이 대통령 취임 이전의 인사 스타일이 바뀐 게 없다는 등 반응이 상당히 박하다. 반발하는 야당에게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한 점이나 대선개입 의혹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에 대해 국정원의 '셀프 개혁'을 주문한 점은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한 일자리 대책도 답이 나오지 않고 있고, 중산층 저항에 부딪혀 원점으로 돌아간 세법개정안 파동 및 전·월세 대책 등도 박 대통령에게는 진지하면서도 조속히 해법을 내야 할 과제다. 강경투쟁 일변도로 가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취임 6개월이 지나서도 이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실망감이 적잖이 커질 수도 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정부·여당의 선전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고비에서 길을 터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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