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일부 생도들이 또 술을 마셨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소식이다. 일부는 마사지 업소를 출입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육사 안에서 4학년 남학생 생도가 폭탄주에 취한 저학년 여학생 생도를 성폭행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도 남는다. 또 마사지 업소 출입은 연예병사들이 군부대 위문공연 후 벌인 행각과 닮아 있다. 최정예 육군장교를 길러낸다는 육사에서 왜 이런 기강문란이 반복되는지 의문이다.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된다는 건 한마디로 나사가 풀릴 대로 풀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은 국내가 아닌 태국에서 일어났다. 이달 초 태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촌에 봉사활동을 간 육사 3학년 생도 중 9명이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고, 그 중 5명은 마사지 업소에 갔다는 것이다. 1인당 마신 술은 맥주 한 병이라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에 앞서 사상 초유의 육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사전에 교육도 철저하게 받았겠지만 이들 생도들은 이를 무시했다. 아마도 국내가 아닌 외국이니 자기들끼리 입을 닫으면 보는 눈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한 순간의 유혹에 군기고 뭐고 다 무너진 것이다.

군은 이번 사건이 알려진 어제 육사 생도들이 기본적으로 술을 못 마시도록 하는 한편,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던 생도의 날에도 술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발표했다. 생활관 한 층 전부를 여생도 전용 생활관으로 바꾸고 출입문에 지문인식기도 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태국에서의 사건이 알려짐으로써 이런 방안도 빛을 잃게 됐다. 한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조차도 안 된 셈이다.

육사 생도들은 아직 장교는 아니지만 사실상 군인 신분이나 다름없다. 다른 장교도 아니고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는 예비장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육사 생도들이 가볍지 않은 일탈을 반복한다는 건 분명 문제다. 순간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장교들을 국민들은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장교들이 안보를 담당할 것이라는 점에 안심할 수도 없다. 육사의 교육과 기강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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