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세계경제를 주름잡던 양대 축인 미국과 일본이 똑같이 경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한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본 역시 1990년대 말 버블경제가 무너진 뒤 10년 넘게 장기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 두 국가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나타나는 동일현상은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의 소득이 2001년 7만2956달러에서 2010년 6만9487달러로 줄었다. 4인가족 기준 연소득이 2만3000달러 이하인 빈곤층의 비율이 현재 전체 국민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4500만명 이상이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한 때 일본 전 국민이 중산층이라는 의미의 `1억총중류(總中流)`라는 별명을 얻었던 일본 역시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1994년(664만 엔)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에는 538만 엔으로 떨어졌다. 1997년에 32.1%였던 연소득 300만엔 이하의 하류(下流)계층이 2008년에는 39.7%로 늘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정부는 우리 국민중 67.7%가 중산층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연소득 3450만-5500만원 가구가 우리나라의 중산층이다.

정부가 지난 8일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이 넘는 근로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중산층의 기준은 다르다. 서민을 위한 재형저축의 가입자격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이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지원자격도 부부소득 합산 7000만원이하인데 무슨 근거로 중산층의 기준을 연소득 3450만원으로 잡았느냐고 난리다. 결국 정부는 13일 당정회의를 통해 세금부담의 기준선을 연간 근로소득 550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갈수록 생활하기 힘든데 정부는 중산층의 기준조차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경수 세종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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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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