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 년간 일본과 중국이 갈수록 우익화돼 가며 영토 문제로 기 싸움을 더해가고 있다. 또한 인류애와 평화정신을 저버리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과거의 과오와 미래의 기만적인 책략을 정당화하려는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점점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동북아 갈등 문제에 대해 당연히 한국은 외교정책의 기조를 수립하고 강력히 대응해 동북아의 평화질서와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유지하는 지혜를 관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선비들이 대외 국제관계의 기조로 삼았던 춘추정신을 되살펴 보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를 줄 수 있다. 그동안 춘추사상을 사대주의니 중화주의의 전제라고 인식하면서 우리 민족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반주체정신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우리가 춘추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일제의 치밀한 한국식민화의 전략에 매도당한 탓도 강하다.

춘추사상은 철저히 인의(仁義)사상에 입각해 있다. 상대 국가가 인의로 대하면 우리나라도 인의로 대하고, 상대국가가 인의를 저버리면 우리나라도 상대국의 강약과 대소를 문제 삼기보다는 그 행위를 비판하고 항쟁하는 매서운 정신이 춘추정신이다.

춘추정신은 역대 한국 지성의 바탕으로서 국내의 부패한 권력에 맞서고 부당한 외국의 침략에 항전하는 정신적 토대였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에 춘추정신은 부당한 침략에 대항하는 강력한 대일항전정신의 바탕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일제는 한국 민족정신의 고갱이를 말살하고자 했으며, 무엇보다도 한국 춘추정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우암 송시열과 그의 춘추사상을 폄훼하는 일에 주력했다. 일제는 춘추정신의 상징이었던 화양동의 만동묘 비석을 훼손하고, 대전 소제동의 송시열 집터에 신사를 만들어 그와 한국 선비들의 인의정신을 멸시했다.

한국은 한중일 간의 영토 문제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되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판 논리가 바로 서야 한다. 한국은 강자의 무도함을 공격하고 각국의 자주성과 천하 만민의 생명을 존중하는 춘추정신을 바탕으로 동북아 정세에 대한 분명한 대응 태도를 지속적으로 표방해야 할 것이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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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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