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용전동 퇴폐업소 유성지역으로 대거 유입 세종시 건설경기 활기 등 영향… 행정당국 손놔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흥업소 밀집지역. 
 사진=여성 인권 티움 부설 느티나무상담소 제공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흥업소 밀집지역. 사진=여성 인권 티움 부설 느티나무상담소 제공
지난 18일 어둠이 깔리는 오후 8시 무렵,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유흥업소 밀집지역에는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술`과 `노래`를 강조하는 형형색색의 간판에 불이 켜지고 노출 `여성`이 그려진 풍선형 입 간판들도 하나 둘 거리에 나온다.

대전의 대표적 산업형 성매매 밀집지역으로 손꼽히는 유성구 봉명동은 그 명성(?)에 걸맞게 등록된 관내 유흥업소와 단란 주점 수가 각각 152개와 42개에 달한다. 특히 유성호텔 인근의 이른바 유흥건물로 불리는 곳의 유흥, 단란업소 수만도 30여 곳. `미스, 미씨 항시 대기` 등을 내건 업소 간판이 다닥 다닥 붙어있어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여성 인권 티움 부설 `느티나무상담소`는 대전시의 지원을 받아 최근 대전 전역에 대한 `산업형 성매매 집결지역`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역 전수조사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처음으로 2008년 유천동 집결지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이후 행정당국과 민간 지원 기관들의 관심이 소홀해진 사이 지역 성매매 집결지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느티나무상담소 활동가 3명과 함께 유성구 봉명동 지역을 찾은 것은 이 일대가 최근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업태의 변화다. 기존 동구 용전동 지역에서 성행하던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업소들이 유성지역으로 대거 유입됐다는 게 업계와 성매매 여성지원 기관들의 공통된 전언. 유성지역 유흥업 부흥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세종시 건설이다. 세종시 조성을 위한 건설 경기 활성화와 기관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유흥업소가 잘 갖춰져 있는 가까운 유성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 여기에 고객 유치를 위해 업소들이 더욱 자극적인 영업 방식을 내걸면서 지금의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흥 시장의 변화는 유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느티나무 상담소가 5개 자치구에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해 확보한 산업형 업소 현황을 보면 유흥 408곳, 단란 345곳, 다방 293 곳에 달한다. 여기에 숙박형 업소, 안마, 맥·양주집을 더하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한다. 문제는 전체적인 업소 수는 증가하지 않았지만 산업형 밀집지역이 점차 동네 곳곳을 파고 들며 확산된다는 데 있다.

특히 맥주·양주집으로 유명하던 대덕구 중리동 일원이 `행복의 거리` 사업 등 환경 정비를 계기로 다소 주춤해진 대신 중구 대사동·부사동 인근 지역으로 이 같은 영업 형태가 옮겨 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통상 유흥, 단란, 다방 등 산업형 업소가 10곳 이상이면 집결지로 분류하는 데 대전 전역에 집결지로 불리는 곳은 10곳이 넘는다. 구별로는 서구 둔산동 법원검찰청 주변·월평동 마사회 건물 인근, 용문·괴정동 롯데백화점 뒷 거리, 중구 대흥동, 선화동, 유천동 일원, 대덕구 신탄진동, 중리동, 유성구 봉명동, 동구 용전동, 중앙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제도와 행정당국의 단속 의지다.

현재 안마 시설은 지역 보건소에 업종을 등록해 정기 점검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허브`, `시크릿` 등을 내세운 마사지 숍은 자유 업종으로 분류돼 실태를 가늠하기 더욱 어렵다. 이번 조사에서도 마사지 시설은 세무서의 행정정보 공개 요청 거부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청소년 유해 광고물이 분명한 풍선형 입 간판이 거리에 즐비한데도 이를 단속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느티나무 상담소 관계자는 "사회가 손을 놓고 묵인하는 사이 유흥업소의 물결은 대전전역으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전수조사 결과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9월까지 산업형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지도 제작과 현황 분석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공론화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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