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숲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산림청의 2007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등산은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5명 중 4명이 1년에 1회 이상 즐기는 취미생활로 약 1500만명 정도가 매월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국민 3명당 1명이 산을 찾고 있으며, 이미 등산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사랑받는 국민의 여가생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아웃도어 제품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등산인구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 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의 ‘아웃도어 강국’으로 도약하며 사상 첫 6조원대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람들이 숲으로 몰리는 까닭은 뭘까.

숲이 최근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웰빙(well-being)과 힐링(healing) 바람을 동시에 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건강과 만족을 추구하는 웰빙문화의 지속적 확산과 더불어 도시화·산업화의 영향으로 만성질환과 환경성 질환이 증가함에 따라 효과적인 치유수단으로 산림치유가 각광 받고 있다. 복지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웰빙과 힐링을 산림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산림복지란 말은 그래서 나오게 됐다.

그동안은 숲가꾸기에 주력한 산림보호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잘 가꾸어진 숲을 국민 모두가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산림이용의 시대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치산녹화 정책에 힘입어 오늘날 국토의 65%가 산림으로 뒤덮인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산림녹화 성공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명이 알려진 산만 전국에 4400개에 달하고 국립자연휴양림을 비롯해 수목원, 도시숲, 학교숲, 전통마을숲, 둘레길, 트레킹코스 등 산림인프라는 충분하다. 멀리 볼 것 없이 숲으로 눈을 돌리면 얼마든지 훌륭한 복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숲의 가장 큰 매력은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림청이 수립한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기본계획’은 전국의 지자체들이 텍스트로 삼을 만하다. 출생기에 산모와 태아의 건강과 감성 증진을 위한 숲태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유아기는 체험과 놀이 위주의 유아숲체험원에서 맘껏 뛰놀게 한다. 아동·청소년기는 학교의 방과후 체험활동과 연계한 체험교육을 거쳐 청년기는 등산·레저·문화 활동을 다양하게 누리도록 지원해 준다. 중·장년기는 휴양림과 삼림욕장 등에서 산림휴양·치유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년·회년기는 산림 요양과 장묘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전시만 하더라도 삼림욕장이나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고, 이른바 보-만-식-계(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로 연결되는 숲길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산림인프라로 손색이 없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한밭수목원도 아주 좋은 서비스 자산이다.

산림복지라는 개념에서 숲과 보건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안은 시도할 만하다. 숲과 보건시스템을 연결해 지역주민 건강증진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주민이 지역의 보건소에서 체력검사와 전문가의 처방을 받고 숲으로 오면 산림치유지도사가 처방에 맞게 지역의 숲길을 함께 걸며 목표에 맞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중장년층의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과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는 아토피 질환 예방 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층의 학교폭력, 인터넷게임·스마트폰 중독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숲길걷기를 활용한 운동은 거부감 없이 꾸준히 참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숲의 경관, 향기 등 다양한 오감자극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어 운동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산림복지는 새로 시설투자 할 필요 없이 기존시설의 확대나 정비로 서비스 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와 문화콘텐츠만 개발하면 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 산림복지는 그런 면에서 창조경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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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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