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자 하는 `문화융성`의 실현 노력은 한국의 경제 발전을 선도하는 경제가치 창출이라는 측면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이에 앞서 문화를 통해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문화 시대를 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류문화를 재창조하려는 노력 한가운데에는 인간 존중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진지한 노력만이 문화융성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한류문화의 전파는 한국문화 속 깊이 내재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생명 존중의 정신을 무엇보다 강력히 표방해야 한다. 그래야 한식이나 한복도 의미가 있으며 한국 드라마나 한국 영화도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한류문화에 이러한 가치를 담지 못한다면 한류문화의 가치도 떨어지고 성공도 보장할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동아시아 유교문화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 사회를 이끌어 나갈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로 재인식되고 있 다. 유교사상의 진수는 천지간에 존재하는 나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생을 통하여 그러한 존엄성을 보존하고 생을 즐기며 살려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충청 선비의 삶과 지성은 이러한 내용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힘을 가진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덕을 행하는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 것이 충청 유교의 핵심이다. 힘을 행하는 사람들은 어진 체 가장하고 덕을 행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감복하게 한다. 다른 사람을 감복하게 하는 힘은 사람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다. 한국 지성의 바탕은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며 충청의 선비들은 이러한 한국 지성을 선도했다.

성리학의 인물성동이론에 담긴 인성 탐구, 예학의 관혼상제에 담긴 인격 존중, 춘추대의에 실었던 절의정신과 대외 항쟁정신은 우리 민족이 어떤 무도한 힘에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의의 사회를 구현하려는 줄기찬 노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이러한 모든 충청 유학의 기본 정신은 어질고 바른 인간 존중 정신이다. 이러한 정신은 당연히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의 문화 시대를 열어가는 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문준 건양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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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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