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대우교수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수석회의에서 고교생 69%가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응답한 '역사인식 조사' 결과를 문제 삼아 "역사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원로들과의 첫 오찬에서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폄훼(貶毁)한 '백년전쟁'을 논의한 후 두 달 만에 대통령이 현대사 교육의 문제점을 공식 거론한 것이다. 대통령은 아이들의 가치관과 애국심을 흔들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선열까지 폄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역사교육 광정(匡正)을 촉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간곡한 역사교육 수정 지시가 있은 지 나흘 뒤 한 공영 TV는 지리산 빨치산, 제주 4·3사태, 자진 월북 이산가족 등을 재조명하며 6·25가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분쟁이 발전한 것이라는 북한 주장과 수정주의 지론을 전파하는 '정전 60년 기획 파노라마'를 내보냈다. 이것이 한반도 적화 통일 야욕으로 200만 동족을 살상한 전범 김일성이 스탈린·모택동과 공모한 6·25 전쟁 63주년을 맞는 한국의 현주소다.

대통령의 역사교육 개혁 의지와 새 정부에 잠복한 종북자학사관(從北自虐史觀)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정부의 이런 모순은 YS(김영삼) 정부 이후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고 종북자학사관과 주체사관이 역사교육을 접수한 당연한 귀결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대남 적화 전략이 상승 작용을 해 2013년 법조 언론계 정가 학계 출판계에서 종북자학사관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93년 YS 집권 이후 DJ(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20년간 전교조의 종북자학사관 교육에 짠지처럼 전 6·25 전후 세대는 이승만 건국대통령과 압축성장의 기적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역사 서술까지 편향된 것으로 인식하는 혼돈에 빠져 있다.

좌편향 교과서가 독점했던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지평을 넓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와 집필진에 대한 언론·국회·학계의 좌파 이론가들의 집중포화도 그런 사례다. 2013년 한국현대사 교과서 논의는 진실 찾기보다 좌우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주의 사관과 주체사관을 신봉하는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평양 주둔 소련 사령관이 남로당을 지원 조정했던 10월 폭동을 비롯한 제주 4·3사태, 지리산 공비 등을 민중 봉기로 미화하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비방한 역사교육 결과가 지금 법조·경찰·언론·국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25 전쟁으로 정리됐던 종북 좌파가 지난 20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대통령의 역사교육 바로잡기는 시의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성취하기 위해선 '뿌리 깊은 병'을 수술하는 결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김대중 정부가 착수해 노무현 정부가 완성 보급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157개 항목을 수정하라고 권고했으나, 임기 말 한국근현대사와 대동소이한 한국사를 학생들에게 보급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좌편향 역사교육은 대통령들의 사관과 이데올로기와 무관하지 않은 정치적 산물이었다. YS는 "동맹보다 민족이 중요하다"며 통일 지상주의 슬로건을 내세웠고 "문민정부는 임시정부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선언,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시비에 불을 붙였다. 김대중 정부는 6·25를 '실패한 통일전쟁'이라고 규정하여 종북세력의 통일지상주의를 확산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노무현 정부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특권과 반칙의 역사"라고 규정, 자학사관을 부추겼다. YS, DJ, 노무현 정부의 역사인식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YS 계의 장관과 국회의원 등 실세에게 이어지고 국사학계가 동조하여, 국사교육 바로잡기는 구두선(口頭禪)이 되고 만 것이다. 사회과학계의 공동연구로 종북자학사관이 왜곡했던 건국, 6·25, 평가절하했던 이승만·박정희 정부 시대의 역사적 진실이 밝혀졌다. 전후 세대를 혼란시킨 종북자학사관 극복은 담당자 발굴이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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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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