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날에 있었던 일이다. 구역모임 날과 겹쳐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 그림책으로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웅진주니어)를 골랐다. 이 책을 읽어주는데 아이를 안고 듣고 있던 엄마가 얼마나 즐거워하던지! "바로 나야! 나야!" 하면서 웃음꽃을 활짝 피웠다.

이 분은 초등학교 교사이지만 평소에 말 수가 적었는데 '우리 엄마'의 마음에 활짝 열렸는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문제를 화통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함께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랄 정도로.

다음 날인 일요일 어린이 예배시간 마지막 프로그램에서 그림책을 읽어줄 때였다. 어제 그 아이(7세)도 집중해서 듣더니 어제 읽어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를 또 읽어달라고 자꾸 책을 내미는 모습이 마치 앙코르를 요청하는 것과 같았다. 내가 선물할 때 넣어서 줬던 책봉투 그대로 챙겨와서 또 읽어달라고 하다니, 그 어린 가슴에도 '우리 엄마'란 책이 얼마나 감동을 줬으면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언젠가 북카페에서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가 최고야'(킨더랜드)를 읽어주는데 가족과 함께 서점 나들이를 나온 한 아빠가 뒤쪽에서 듣고 있다가 "맞아. 맞아" 하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비록 내용이 적어 얇은 책이지만,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때로는 반성하고 때로는 함께 웃을 수 있게 하는 그림책! 그림책은 이렇듯 온 가족을 함께 묶어주는 끈끈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속에는 가족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 여러 권 더 있다. 이 작가의 책을 가족이 함께 읽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어느 때나 부모(교사)가 행복해야 자녀(학생)를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것 아닌가. 짧은 동화로 되었지만 이렇게 강렬한 효과를 주는 그림책을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많이 읽기를 간절히 권하고 싶다.

계룡문고 대표·북스타트코리아 대전충남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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