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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치않는 손맛 … 전통 계승 사명감"

2013-03-01기사 편집 2013-02-28 21: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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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CEO를 만나다 - 이명규 동산민속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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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함께 청춘을 보낸 여성 기업인이 있다. 천안시 북면 동산민속식품 이명규(52·사진) 대표가 주인공. 이 대표는 26세때 떡과 인연을 맺었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재능을 보인 이 대표는 대전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친언니 일을 도우며 떡을 접했다. 3년여 언니 일을 거들다가 1989년 1월 남편과 함께 천안시 성정동에 방앗간을 창업했다.

"설 같은 명절이면 가래떡을 뽑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어요. 그때만 해도 요즘처럼 뷔페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결혼이나 회갑 등 잔치가 있으면 다들 방앗간에 떡을 맞췄지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 나오기를 기다리며 동네 분들과 정담을 나누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먹을거리의 다양화로 떡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점차 줄자 이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소규모 방앗간을 자동화 설비를 갖춘 전통 떡류 식품제조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결심했다. 1999년 3월 북면에 '동산민속식품' 사옥을 준공하고 생산체제에 돌입했다.

10여년의 방앗간 운영에서 쌓은 노하우로 전통떡 생산에는 자신이 있었다. 관건은 판로였다. 떡국떡, 가래떡, 무지개떡, 인절미, 송편 등 동산민속식품이 만드는 40여 종의 전통 떡류를 알리기 위해 홍보물을 만들고 떡들을 담아 판매처를 방문했다. 지난 1999년 메가마트 천안점이 개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가 입점 가능성을 타진했다.

입점 업체가 이미 내정된 상태였다. 질로 승부하면 통할 것이라 믿고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맛 보고 생산시설을 둘러 본 뒤 입점을 허락했다. 첫 번째 대형마트 입점이었다.

메가마트에서 시작된 대형마트 입점은 롯데마트를 거쳐 현재 천안을 비롯해 안양, 산본 등 충청과 경기 일대 이마트 18개점에 떡류를 공급하고 있다. 공장 근로자 14명 외에 대형마트에 근무하며 동산민속식품의 떡류를 판매하는 판촉 사원만 50여 명에 이른다. 판촉 사원은 공장 근로자들과 동등한 정규직이다. 일부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판촉 사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도 인력파견업체에 맡겨 인력을 고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소속감이나 책임감이 아무래도 부족했다. 특히 음식이다 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이 대표는 떡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을 갖고 판매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서 인력을 정규직으로 배치해갔다. 인건비는 상승했지만 실 보다 득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대형마트는 입점은 쉽지도 않았지만 유지는 더 힘겨웠다. 2001년 이마트 첫 입점 당시 동산민속식품을 비롯해 11개 떡류 제조업체가 전국의 이마트에 납품을 했다. 입점 업체들은 매년 재평가를 통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맞춰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보다도 엄격한 기준이다. 일부 업체는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해 전국의 떡류 납품 업체 수는 6개로 줄었다.

동산민속식품은 '장수'업체 대열에 합류, 맛과 품질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비결도 있다. 떡의 맛을 좌우하며 원재료 비중이 가장 높은 쌀은 100% 충청도 쌀을 사용하고 있다. 수익만 생각해 값싼 수입쌀을 사용하는 업체들도 많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국산 쌀을 고집한다. 첨가물 사용도 거의 없는 편이다. 2008년 전통식품품질 인증서를 획득했다. 지난해 4월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대한민국 스타팜'으로 지정됐다.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대부분 직원이 근속년수 10년 이상이다. 1999년 창업 때부터 동고동락하고 있는 직원들도 여럿 있다. 직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식사 때면 이 대표가 음식 솜씨를 발휘해 맛깔스런 제철 음식을 내 놓는다.

이 대표는 틈날 때마다 장아찌 등을 담가 직원들과 나눠 먹을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평소 음식 만들기를 즐긴다는 이 대표는 "직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며 "떡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사람이 달라지면 영향을 끼친다. 직원들 이동이 적은 것도 한결같은 떡 맛을 유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친언니를 통해 떡 세계에 입문한 이 대표는 그의 경험을 조카에게 전수해주기도 했다. 조카는 대전에서 6년째 동산민속식품과 같은 떡류 제조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창업 준비를 위해 조카가 자신을 방문했을 때 이 대표는 만류했다. 대표 스스로 경영의 어려움을 체감한 탓에 조카의 창업을 반대했단다.

하지만 조카의 의지가 확고해 이 대표는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의 아들도 전통 떡에 대한 철학을 배우기 위해 나섰다. 김영채(29)씨다. 대학에서 외식산업을 전공한 영채씨는 가업을 잇겠다며 동산민속식품 근무를 자청했다. 요즘은 대학에 편입해 경영학과 4학년에 다니고 있다. 새벽에 나와 3시간 동안 공장일과 배송을 거든 뒤 등교해 학업에 매진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흐뭇하다는 이 대표는 평생의 '떡 철학'을 아들에게 전수하며 가업을 잇고 있다.

"떡은 전통을 계승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만들어야 한다. 돈벌이에 급급해 값싼 재료를 쓰거나 첨가물 덩어리로 만들어서는 전통의 맛을 구현할 수 없다"는 이 대표는 "퓨전이 유행이지만 본래 맛을 잃어버리면 퓨전도 없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전통의 맛이 오래간다"고 힘주어 말한다.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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