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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대한중흥과 헌법개정

2013-02-13기사 편집 2013-02-12 20: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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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장

" 국가 미래 정치제도가 결정 남·북한 격차 체제경쟁 산물 한국 경제 양극화 병폐 심각 승자독식 구조 극복 나서야 "



발전경제학의 세계적 권위자 MIT대 애써머글루 교수와 하버드대 로빈슨 교수는 한 나라의 번영과 빈곤을 결정하는 근본 요인은 정치와 정치제도라고 단언한다. 이들은 빈국이 곤궁한 까닭은 지리적 형세나 문화적 요인 또는 지도자의 실수와 무지 때문이 아니라 권력자들이 빈곤을 초래하는 '착취적' 제도를 의도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폴리비오스는 보잘것없던 도시국가 로마가 인류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강대국으로 번성한 제일 원인을 권력균형을 꾀한 혼합정체로 진단했다. 변방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 산업혁명을 촉발하고 2세기 이상 세계를 호령한 강대국으로 번성한 토대는 1688년 명예혁명으로 확립된 입헌군주제였다. 230여 년 전 식민지 신세를 면한 약소신생국에서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 한때 용병의 삯전으로 나라살림을 꾸려야 했던 빈국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발전한 스위스는 역시 당대 최고의 정치제도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취였다.

지난 반세기 동안 벌어진 남·북한 빈부격차도 체제 경쟁의 산물이다. 현대판 왕조세습을 불사해온 북한의 '착취적' 정치제도는 인권을 말살하고 경제를 빈사상태에 빠뜨렸다. 반면 한때 민주화투쟁으로 얼룩진 반민주 독재시대를 거쳤지만 대체로 '포용적' 정치제도를 유지해온 남한은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그동안 남한의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사회부문 및 계층 간 양극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대자본이 동네시장까지 잠식한 상태에서 소상인은 설 자리를 잃고, 가계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대기업은 성장을 지속하는데 실업자는 양산되고 있다.

이런 '빈곤화 성장' 진통을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의 이런 병폐는 저급한 민주주의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고, 따라서 정치개혁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2012년 잉글하트와 웰젤 등이 '효과적 민주주의 지수'로 계산한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100점 만점에 52.67점으로 180개 국가 중 53위에 머물러 있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으로 표상된 심각한 정치불신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혐오를 키우고 있다. 정치개혁은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될 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강도 높은 정치개혁은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남북대화로 통일한국의 국가체제를 합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남·북한 타협의 소산이 바람직한 정치체제를 보장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통일에 대비해 북한 지역들이 가입절차를 거쳐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된 지방분권적 통일한국의 헌정체제를 마련하고 이를 먼저 남한이 내면화하는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후보들은 앞을 다투어 정치개혁을 공약했다. 이어 올 2월 초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치개혁을 위한 개헌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이 개헌을 통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오직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전환하거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2원정부제나 내각제를 도입하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공유, 지방분권, 시민참여의 헌정화와 같이 선진 민주사회와 통일한국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근본적 정치개혁 개헌의제가 정치권의 관심권 밖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버드대 나이 교수는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굿 리더를 판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도덕적이고 효과적인 실천'을 촉진하는 정치제도를 형성하는 리더십임을 강조하고, 굿 리더의 대표적 사례로 근대적 연방제를 창안해 나라발전의 토대를 다진 미국헌법의 아버지들을 지목한다.

한국은 헌법제정과정에서 미국헌법의 아버지들처럼 제도형성 리더십을 발휘한 굿 리더들을 갖지 못했다. 1948년 헌법은 수많은 위헌적 개헌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다행히 1987년 6월 명예시민혁명으로 제9차 개헌을 이루어 민주적 헌정질서의 뼈대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승자독식의 다수결민주주의 중앙집권체제는 정치인을 민생과 공익보다 권력쟁취와 지대(地代)추구에 골몰하는 대결정치 전사들로 전락시키고, 국민을 참여정치의 '주권자-시민'이 아니라 관전정치의 '구경꾼-비평자'로 안주하도록 만들었다.

한국이 승자독식의 다수결민주주의 중앙집권체제를 극복하고, 상생융화의 권력공유민주주의와 지방분권 및 시민참여가 함께 어우러진 헌정체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개헌에 앞장서는 제2 건국의 굿 리더들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대한중흥(大韓中興)의 국가비전을 품고 선진 분권·참여형 헌정질서를 구축하는 개헌을 성공시켜 세계인이 우러르는 팍스 코리아나 시대의 기초를 놓은 제2 건국의 굿 리더들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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