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연기획 대표
이처럼 설은 이제 아시아의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국경을 초월해 자신의 뿌리를 찾아 조상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날로 각인되고 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오고 있다. 설을 맞아 고향에 찾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마음이 바빠지는 것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느껴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친지와 가족을 만나 설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것이 요즘 설의 풍경이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명절 일거리에 벌써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설 연휴에도 삶의 현장에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설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조상을 기억하며 우리 사회의 공동체 결속을 강하게 하는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설이라는 말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다. 설이란 말이 생겨난 데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쉽게 추측할 수 있는 설의 어원은 '선날' 즉 개시라는 뜻의 '선다'라는 말에서 비롯돼 새해 새날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뜻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로운 소망을 준비하듯 이 어원에는 새로운 해가 시작하고 새로운 날이 시작하는 설레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설의 어원에는 설레는 마음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는 '낯설다'라는 말의 어근인 '설'에서 그 어원을 찾는 것이다. 즉 설날은 묵은 해에서 분리되어 가는 전이 과정으로 아직 완전히 새로운 체계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익숙하지 못한 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린다, 사간다'에서 온 말로 조심한다는 뜻에서 시작된 말이라는 설도 있다. 아직 완전히 새로운 시간 질서에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생긴 말이라는 것이다. 설이라는 말이 '섧다'에서 온 걸로 보아 '슬프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설도 있다고 한다. 즉, 설이란 마냥 기쁜 날이기보다는 한 해가 시작할 때 모든 일에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디디라는 의미를 담은 표현인 것이다. 이는 좋은 일을 맞이하였을 때도 그 일로 다른 이가 마음을 다칠까 염려하고 살피며, 한 감정에 치우쳐 극단적으로 되는 것을 경계하며 중도를 지키려는 조상님들의 사려 깊음과 지혜가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계사년의 새날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다가온 새날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소망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새로움을 신중히 받아들이고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첫발을 내딛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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