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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와 타협 정말 '악'일까

2013-02-01기사 편집 2013-01-31 21: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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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목 부추기는 언론·정치권 고찰 사회 곳곳 충돌… 여론 왜곡 심각

첨부사진1증오 상업주의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264쪽·1만3000원
'증오 마케팅'은 남는 장사다. 정치권과 언론은 고의적이든, 고의적이지 않았든 증오 마케팅을 활용해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해왔다. 대중에게 적을 제시하면 대중은 특정 의견을 같이하는 군(群)으로 수렴하고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원동력으로 해 이념이나 가치관이 같은 정치세력, 언론의 열성적인 지지자가 된다.

한국사회 도처에 갈등이 있다. 2012년 대선에서 큰 화두가 되었던 세대갈등, 군대 이야기만 뜨면 불거지는 남녀갈등, 대를 이어가며 뿌리 깊은 불신과 상처를 남긴 지역갈등,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더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계층갈등…. 다른 사회에서도 으레 존재하는 종교 같은 문화적 갈등도 다른 갈등 요인과 얽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수많은 갈등과 타인에 대한 분노는 우리 정치와 여론을 움직이고 왜곡시키는 힘으로서 작용해왔다. 정치권이 연일 부르짖는 '대타협'이라는 말에서 진정성,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정치를 위한 '구호'로만 들리는 이유다.

전작 '안철수의 힘'에서 한국정치의 극단적 양극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증오시대'의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는 강준만 교수가 '증오 상업주의'에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제기한다. 한국의 특수한 정치상황을 설명하고 미국의 사례를 들며 증오 마케팅의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격화된 갈등으로 무의미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한국의 갈등 상황을 완화시키고 건강한 갈등사회로 이르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대중의 분노로 먹고 사는 폭스뉴스

현상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달하려는 콘텐츠는 아무래도 밍밍하다. 설정된 '적'에 대한 강한 비판, 원색적 비난이라는 양념이 쳐질수록 읽고 보는 재미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게 언론의 딜레마다. 여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에 그 어떤 것보다 철저한 객관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언론사도 돈으로 운영되기에 편향성으로 독자와 시청자를 끌고 싶은 욕구가 없을 리 없다. 그나마 저널리즘을 지키려는 언론사는 객관성 원칙과 편향성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폭스뉴스는 달랐다. 폭스뉴스는 설립 초기 대놓고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진보적으로 편향된 이념을 가지고 있어 정치적 균형을 위해 보수 이념을 가진 매체를 설립한다고 천명했다. 폭스뉴스는 반 민주당, 친 공화당의 노골적 당파성을 내보였지만 출범 5년만인 2001년 이익을 냈고 경쟁 채널인 CNN과 MSNBC의 시청률을 능가했다.

폭스뉴스는 '적 만들기', '호전적 애국주의', '반 엘리트 포퓰리즘'의 전략을 취해 극한의 당파싸움을 촉진시켰고 보수적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청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에 몰두한 대신 언론이 지켜야 할 객관성 원칙은 철저히 무시했고 폭스뉴스 시청자들은 왜곡된 정보마저 진실이라고 믿었다. 문제는 폭스의 이러한 운영 방식이 '장사'가 됐고 다른 언론사도 이런 방식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MSNBC는 2008년부터 친 오바마, 친 민주당 노선을 취하기 시작했다. 반면 CNN은 폭스, MSNBC와 달리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하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미국 무브온 모델이 한국에서도 유효할까

무브온은 미국 정치참여 시민단체다. 회원 700만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단체로 '행동하는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이들의 주된 활동은 의회, 정부, 언론사 등을 상대로 온라인 청원운동을 통해 조직의 세를 과시,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무브온 모델이 한국 시민사회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형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만연하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는 미국과 구조적으로 다른 한국 정치지형에서 성급한 무브온 모델의 수입과 적용은 오히려 당파성과 갈등만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기에 주마다 다른 법과 제도, 정치원리가 작동해 당파싸움과 승자독식의 완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은 초강력 일극주의 국가로 당파싸움의 완충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것을 얻고, 패배하면 모든 것을 잃으니 정치세력들은 '목숨을 걸고' 정치를 한다.

이런 정치적 구조 속에서 진보와 보수에 들지 않은 절반의 국민은 침묵하는 다수로 전락하고 '과잉 정치화'된 세력들의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이 마치 국민의 대표적인 의견인 양 왜곡되는 사실을 우려한다. 중도, 타협을 고집하는 '내 편'도 '저들의 편'도 아닌 자들은 기회주의자나 '악'으로 낙인찍힌다.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유영할 거라 믿었던 온라인 공간, SNS는 의견을 같이 하는 이들의 친목만을 강화해 갈등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강준만 교수는 '어떤 참여'인가를 보지 않고 '참여'만을 강조하면 한국에서 무브온 모델은 실패할 것이라 본다. 그리고 구호가 아닌 진정한 소통을 위해 전제되어야 할 관용을 이야기한다.

의미 없는 갈등으로 점철된 한국사회 곳곳에서 피로가 읽힌다. 동종교배는 위험하다고 하지 않던가. 타인을 적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의견 자체를 부정하는 분위기는 한국사회를 더 위태롭게 할 것이다.

최정 기자 journalcj@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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