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신작 - 7번방의 선물 ( 이환경 감독)

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네 가지로 분류하면 희로애락이다. 때로는 기쁘고,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감정의 진폭은 다르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로 이 네 감정이 서로 섞이고 나뉘면서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 중에서도 슬픔이라는 감정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시간이 흘러 딱지가 떨어져 나간 후에도 상처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슬픔을 연습하려는 것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7번방의 선물'은 슬픔을 연습하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다.

해피마트 주차요원인 용구는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6세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7살 딸 예승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기 위해 손꼽아 기다린 월급날. 그의 소망은 곧 비극으로 바뀌고, 용구는 아동유괴 성추행 및 살인죄로 체포된다.

억울함을 표현할 길 없는 그는 자백하면 딸을 만나러 가게 해준다는 경찰들의 얄팍한 속임에 넘어가 결국 교도소 7번방에 수감된다.

7번방은 조폭 출신의 방장 소양호(오달수 역)와 사기전과 7범 최춘호(박원상 역), 꽃미모 간통범 강만범(김정태 역), 부부 소매치기범 신봉식(정만식 역) 등 평생 죄만 짓고 살아온 패밀리들이 있는 곳. 이들은 방장 소양호의 지휘 아래 용구의 딸 예승이를 외부인 출입금지인 교도소로 데려오기 위해 합동작전을 펼치게 된다.

7번방의 선물은 웃음기 넘치는 전반부와 눈물과 감동의 후반부라는 한국영화 흥행코드를 그대로 따랐다. 특히 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과 미워할 수 없는 7번방 패밀리의 사연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출연배우들은 넘침 없는 현실 그대로의 연기를 선보이면 관객들에게 또다른 기쁨을 선사한다. 그 중에서도 6세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 역할을 한 류승룡의 연기력은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아이엠 샘'의 숀 펜을 지워버리기에 충분하다.

그는 '최종병기 활'이나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과는 전혀 상반된 이미지를 선보이며 자신이 왜 충무로 최고 대세인지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류승룡에게만 기댄 영화는 아니다. 함께 출연한 조연배우들의 연기력도 감칠맛을 더한다. 특히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등 조연들은 멋진 앙상블을 선보이며 극의 흐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전개임에도 후반부 클라이맥스에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앞서 펼쳐진 조연배우들의 깨알 같은 연기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웃음과 눈물이 씨줄과 날줄처럼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무기로 개봉 직후 빠른 흥행속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의 입장에서는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특히 군데군데 현실감이 크게 떨어지는 대목이 많아 '한 번 울어보자' 작정하고 영화를 보러 간 관객들마저도 감정을 이어가기 힘들 정도다.

특히 용구가 낮은 지능수준 때문에 범죄자로 지목되는 부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항소심마저 경찰과 변호사의 협박으로 범행을 시인하는 대목은 억지스럽다. 이쯤되면 용구의 딸 예승을 교도소로 몰래 들여오는 장면은 애교에 가깝다.

모든 영화가 현실과의 경계를 또렷하게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객들이 '이 정도까지는' 했던 수준을 훨씬 넘어설 때는 당혹감이 들기 마련. 영화 중반부의 몇몇 현실과 괴리된 장면 때문에 어렵사리 붙들어 매 온 몰입감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결국 후반부 클라이맥스마저 '여기가 울어야 하는 대목이구나'하는 의무감을 갖게 만든다. 김대영 기자 ryuchoha@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