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연기획 대표

지난 주말에는 궁동에 있는 '오븐콘서트'라는 재미있는 공간에 다녀왔다.

'요리로 공연을 하자'라는 모토로 운영되는 이 수상한 식당(?)은 말 그대로 한 공간에서 식사와 뮤지컬 공연을 함께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가 들렀을 때는 2시간의 공연과 1시간의 관객의 참여로 이뤄진 스탠딩 뮤지컬이 진행되고 있었다.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입장한 지하의 소공연장에서는 열정적인 뮤지컬이 펼쳐졌다. 마지막에는 관객 모두가 일어나 소리 지르고 춤추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관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3시간의 뮤지컬. 끝났을 때는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대전에서는 소극장 연극을 볼 수 없어서", "대전엔 골목 곳곳에 작은 갤러리가 없어서", "그 영화는 대전에선 개봉하지 않아서".

가끔 공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전에선 부담없이 찾아가 즐길 수 있는 작은 문화공연이 전혀 없어 즐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혹자는 대전은 문화예술의 불모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연에 관심 있는 사람조차 비싼 돈을 주고 대규모 콘서트에 가거나, 서울과 같은 다른 지역으로 가야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정작 대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소극장 공연과 행사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을 업으로 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오븐콘서트는 상시 공연 중이고 이외에도 대흥동 일대에는 현대마임연구소와 극단 나무시어터, 우금치, 소극장 고도, 핫도그, 드림, 금강, 마당, 가톨릭문화회관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상시적으로 공연이 펼쳐진다.

은행동의 대전아트시네마에서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걸리지 않는 독립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곳곳에는 대전창작센터를 비롯한 작은 갤러리들이 운영되고 있다. 봄가을이면 거리에서 벼룩시장, 대흥동립만세와 같은 다양한 축제도 열린다.

이처럼 대전에는 소규모의 많은 문화예술단체가 있고 예술인들의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공연 정보를 한 곳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이 없고, 있다 하더라도 대전예술의전당이나 시립미술관과 같이 큰 단체 위주의 행사만 안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 예술인과 대전시민의 소통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정보 접근성의 부족은 시민의 문화예술을 누릴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예술인들이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 자체도 점점 줄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전의 공연은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 부족하나마 대전의 공연과 각종 행사는 대전시청 홈페이지와 각 극단의 홈페이지, 인터넷 카페, 검색으로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형성되어 있는 대전그룹에 가입한다면 각종 체험정보와 공연정보를 얻고 함께할 사람들도 구할 수 있다. 또한 대흥동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곳곳에 연극과 전시, 행사의 재기발랄한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공연을 기획하는 이들의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배려와 끊임없이 새로움을 만들어 내려는 시도, 대전시민의 지역의 문화공연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홍보에 대한 요구가 있을 때 대전시민이 예술인과 함께 어울리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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