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 일방적 감독 선임 눈총 내년 성적 저조땐 '불똥' 튈 듯

김인완 감독을 선임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한 대전시티즌이 내년 시즌 또 한번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감독 선임 절차를 통해 지역 팬들의 비난이 들끓었던 만큼 성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여론의 뭇매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대구와의 고별전을 끝으로 시티즌을 떠난 유상철 감독은 올 시즌 초 11경기에서 1승 10패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5월 5일 수원과의 홈경기 이후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중간 중간 기복이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13위로 리그를 마친 만큼 목표했던 '강등권 탈출'은 이룬 셈이다.

때문에 대전으로서는 사실상 유 감독을 내보낼 만한 명분이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데 있어서의 절차가 매끄럽지 못해 유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과 지역팬들, 관계자들에게 적지않은 상처가 됐다. 대전시티즌이 차기 감독을 염두에 두고 사전작업에 들어간 것은 잔류를 확정했던 지난 28일 전남전 이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김인완 감독을 비롯해 동국대 김종철 감독, 영남대 김병수 감독 등이 함께 물망에 올랐지만 당시 감독을 맡고 있던 유 감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염홍철 구단주와의 논의 과정에 있어서도 감독 선임 여부에 대해 "구단에서 결정하라"는 언질을 받은 뒤 한시간 만에 김인완 감독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충분한 협의 없이 그대로 진행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이 차기 감독의 선임에 대해 전해들은 것은 30일 언론매체를 통해서 였다. 이전까지 구단과의 재계약 등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상황이어서 유 감독 역시 적지않은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유 감독은 "마지막 경기 보이콧까지 생각했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전시티즌 전종구 사장은 이에 대해 "유 감독을 보내는 과정에서 진행 절차가 매끄럽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적절하게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고 유 감독에게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감독과 함께하고자 했으나 그동안 경기에서 조직력과 경기력 향상이 힘들어 보였다"며 "지난 4일 유 감독이 사무실을 방문해 마지막 정리 절차를 밟았다. 서로 웃고 포옹하며 앞날을 기약했다.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서로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선임 과정이 문제가 되면서 내년부터 감독직을 맡게된 김인완 감독은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유상철 감독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케빈을 비롯해 알렉산드로, 김형범 등 주축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내년 성적은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대섭 기자 hds32@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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