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융진 지방부 부국장 yudang@daejonilbo.com

대전이나 천안, 당진 등 대도시나 지방 중·소도시 할 것 없이 공통점이 있다. 모두 구도심 침체라는 중병을 앓는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처방을 내리지만 신통치가 않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구도심 관련자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앓는 소리를 한다. 그러면 행정은 마치 자신들이 이병(罹病)시킨 양 서둘러 처방전을 내놓는다. 한두 번이 아니니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하다. 이러한 숨바꼭질이 계속되면 특이한 현상이 하나 나타난다. 구도심 침체의 원흉은 행정이며 책임도 행정에 있다는 생각의 고착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든다.

행정에 책임이 있다는 발상은 무엇이든 잘못됐다면 행정이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는 원초적 책무에 근거한다. 민선시대에 구도심활성화에 대한 요구는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자치단체장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선거 때마다 구도심활성화는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의 단골메뉴임이 이를 증명한다. 도청이나 시청의 이전은 구도심 침체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대전시청, 충남도청, 당진시청 등 이전에서 보이는 구도심 관계자들의 사례가 그것이다.

구도심 침체란 말은 한마디로 장사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장사는 판매자와 소비자의 쌍방행위다. 구도심 침체라는 현상은 구도심 상가를 소비자가 찾지 않거나 찾았다고 해도 물건을 사는 비율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구도심활성화에 대한 요구는 자치단체가 소비자를 시장으로 불러들이고 구매비율을 높여달라는 외침이나 다름없다. 자치단체는 물론 외면할 수 없기에 응하기는 한다. 충남도청 이전에 따라 최근 대전시가 내놓은 종합대책도 그중 하나다. 구체적 내용은 주변상가 이용의 날, 테마투어 등이다.

당진도 시청이 이전하면서 구도심 침체가 예견됐고 예견대로 그렇게 됐다. 당진시는 대책으로 구 당진군청에 예산세무서 당진지서, 신성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을 유치했다. 또 상가 주변이 우중충하니 차도와 몇 개의 골목을 이른바 명품거리로 새로 단장했다. 그렇다고 당진시청 이전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완화된 것은 결코 아니다.

물론 모든 상가가 그렇지는 않다. 일부 음식점과 상가들은 그런대로 유지한다. 여기에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비책이 있다. 유통용어로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음식 맛, 종업원의 친절도, 철저한 고객관리 등 여럿이다. 일부 상가는 젊은이들을 겨냥해 커피전문점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구도심활성화에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먼저 자치단체의 행정행위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구도심활성화에만 투자할 수 없으며 투자해도 주차장 확보, 구도심의 한 축을 이루는 도심 시장의 경우 비가림막 설치 등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설투자가 고객의 충성도를 유지해 줄 것으로 믿는다면 오판이다.

상가에는 사람들이 몰려야 한다. 집객도가 높은 지역은 장사가 잘된다. 백화점이 그렇고 테마상가 등이 좋은 본보기다. 한 자치단체가 테마상가를 조성하겠다고 하지만 지난한 일이다. 상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합의에는 일부 상가의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특정 상가의 희생은 쉽지 않다. 희생을 줄이기 위해 자치단체가 집중투자하기도 만만치 않다. 투자에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을 의식하고도 선거공약이라며 구도심활성화에만 집중투자 하려는 과감한 자치단체장이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다.

변화는 만물의 속성이다. 긴 안목으로 보면 경부선 부설로 대전이란 도시가 탄생했다. 그와 반대로 공주는 침체일로를 걷게 됐다. 대전도 대전역을 중심으로 도심이 형성됐다가 둔산이 개발되자 다시 중심이 이동했다.

이러한 도심의 팽창압력을 인위적으로 누르기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지리적인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마음도 옮겨간다. 고객의 충성도를 얻지 않는 한 '변심한' 소비자를 잡아둘 수는 없다. 장사가 안 돼 굶어죽을 지경이라는 하소연과 호소로 소비자의 동정심을 유발해내는 것도 한두 번이다. 소비심리는 만족을 얻는 데 있다. 결코 동정심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장사를 잘하는 첩경이다.

구도심활성화 대책을 외부에서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연목구어다. 자치단체가 마지못해 투자하는 모양새를 갖춘 구도심활성화는 한 전문가가 토론회에서 말했듯 '성공한 예가 한 곳도 없다.' 스스로 변하지 않는 구도심을 자치단체가 마냥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는 고집은 착각이다. 가장 확실한 구도심활성화 대책은 자구노력이다. 개인적으로는 고객의 충성도를 이끌어내야 한다. 집단적으로는 신도심 상가와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혹시 이 경쟁방법마저도 외부에서 구하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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