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9988 프로젝트' 99세까지 88하게 -협심증

 도움말 류한영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도움말 류한영 건양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직장인 윤모(55)씨는 8년 전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곧바로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고 스텐트(혈관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려고 집어넣는 그물모양의 관)를 집어넣는 시술을 받았으나 2년 뒤 다시 협심증이 재발했다. 관상동맥 조영술을 해보니 스텐트를 집어넣은 부위의 혈관이 다시 좁아져 있었고, 심장 뒷부분 혈관도 좁아진 상태로 확인됐다. 결국 김 씨의 좌우 내흉동맥을 떼어 좁아진 관상동맥을 대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후 다시 CT 검사를 한 결과, 이식한 혈관이 심장근육에 피를 잘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행히 현재는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심근경색의 원인, 협심증이란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 뛰면서 몸 전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관이다. 죽을 때까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초강력 펌프로,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심장박동의 원천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큰 혈관(관상동맥)에서 공급되는 혈액 속의 풍부한 산소와 영양분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 이 혈관들에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혈액 공급양이 줄어들어 심장근육이 허혈을 일으키는데 이러한 증상을 협심증이라고 한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좁아진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서 심장근육에 혈액공급이 안돼 심장이 기능을 잃을 수 있다. 협심증은 심근경색증의 원인이 된다. 심근경색이 생기면 발생환자의 약 35% 정도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 병원에 도착을 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연되면 심장 근육이 괴사돼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빨리 도착한다면 응급시술로 막힌 혈관을 뚫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 걸리는 걸까

협심증 위험인자로는 흡연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스트레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경쟁이 심한 복잡한 현대를 사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가지 이상의 이러한 위험인자를 가질 수 있으니 주의와 조절이 요구된다. 협심증이 생기면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격한 운동을 하거나 갑자기 흥분할 때 처럼 심장에 많은 혈액이 필요할 때에는 문제가 된다.

◇증상이 없어 더 무서운 협심증

관상동맥은 우측 및 좌측 관상동맥으로 구성돼 있다. 관상동맥이 75% 정도로 좁아질 때까지는 거의 증상이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진행되면 협심증 증상이 생긴다. 다만 좌측 관상동맥의 시작 부위는 50%만 좁아져도 협심증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의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절반가량은 심장 이상 때문만은 아니다 보니 이를 구분하기 위한 진단이 필요하다. 가령 가슴 통증으로 입원해서 심장혈관 검사를 받고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이 확인돼 그곳에 스텐트 삽입술을 한 환자가 계속 통증을 호소해서 다시 검사해보니 간암이나 위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흔하지 않지만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식도염, 위염, 위궤양 등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다시 심장혈관 검사를 했더니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관상동맥 협착'은 여러 형태의 가슴 및 복부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엔 처음부터 곧바로 심장마비가 발생하기도 하는 위험한 질환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협심증의 진단은 먼저 환자의 가슴 통증이 가장 우선시 된다. 병원을 찾으면 일차적으로 가슴 X-선 사진과 심전도를 검사한다. 환자 증상을 종합해 심장 초음파와 심장혈관 조영술을 시행한 뒤 최종적으로 진단한다. 심장혈관 조영술을 했을 때 관상동맥이 좁아진 것이 발견됐다고 모든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혈관 좁아짐이 75% 이상 진행된 부위의 혈관을 넓히거나, 대체 혈관을 잇는 우회 수술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요즘같은 초겨울 날씨에 아침 운동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온이 낮은 아침에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심장 발작이나 뇌경색 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아울러 대부분 혈압약의 약효 지속시간은 12-24시간 정도여서 아침이면 전날 복용한 혈압약의 효능이 감소돼 혈압이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장 발작의 위험이 다른 시간보다 높다.

◇어떻게 치료할까

좁아진 관상동맥을 치료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좁은 관상동맥을 풍선으로 확장하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방법. 이런 관상동맥 확장술이 불가능한 경우엔 관상동맥을 우회하는 수술, 즉 '관상동맥 우회술'을 하게 된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환자의 심장 혈관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환자 몸의 다른 곳에서 혈관을 가져다가 좁아진 심장혈관 부위를 우회하는 수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늘 다니던 도로가 좁아질 경우, 관상동맥 확장술은 직접 좁은 도로를 확장하는 방법이고,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은 도로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수술법이라고 할 수 있다. 관상동맥 우회술에 사용하는 혈관은 주로 가슴 벽의 내흉동맥, 팔의 요골동맥, 다리의 복제정맥 등이다.

◇치료 늦으면 돌연사의 지름길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 원인은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 수축력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심부전,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심장 근육의 괴사(심장근육에 피 공급이 중단되면 3-6시간 만에 근육은 기능을 잃어서 되살릴 수 없다)로 생기는 심장파열 등이 있다.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혈관을 막은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응급으로 관상동맥 확장술을 해야 한다. 필요하면 관상동맥 우회술을 할 수도 있다.

관상동맥 확장술이 발달하면서 급성심근 경색에 의한 응급 관상동맥 우회술은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관상동맥 확장이 불가능하거나 3가지가 모두 협착이 있는 경우 그리고 좌측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주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엔 수술이 필요하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인공심폐기를 이용해 심장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관상동맥을 이어 붙이는 수술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심폐기를 삽입하지 않고 심장 고정 장치를 이용해 심장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시행하는 수술로 구분할 수 있다. 송연순 기자 yss83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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