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후 장기 적출·밀매 실화 바탕 사실감 극대화 임창정 연기변신 신선… 개연성·몰입도는 아쉬워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한국영화들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냉철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스오피스 1, 2위를 달리고 있는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과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 그리고 최근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그 중에서도 `공모자들`은 가히 관객을 압도할 충격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납치해 산 사람의 장기를 적출하는 `기업형 장기밀매`라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상업영화가 아닌 B급 혹은 컬트영화에서나 다룸직한 소재를 감독은 신인 감독답지 않은 세련된 연출 실력으로 영화 속 얘기가 현실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킨다.

과거 불법 장기밀매를 하다 한 차례 실패를 겪어 동료를 잃은 영규(임창정)는 3년 만에 돈을 빌린 악질 깡패로부터 다시 한 번 장기밀매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지만 단번에 거절한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유리(조윤희)에게 아버지의 수술비가 필요하단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반인륜적인 범죄에 손을 댄다. 영규 일행은 신혼여행을 위해 중국 하이웨이행 여객선에 오른 상호(최다니엘)와 채희(정지윤)부부를 목표로 삼고 채희를 납치해 장기를 적출하려 한다.

하지만 뜻밖의 사건이 터지고 영규 일행과 상호, 그리고 상호를 돕는 유리 사이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여객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진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극적 사건에 대한 뛰어난 현실성(reality)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중국을 여행한 신혼부부의 장기밀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감독의 1000여 건이 넘는 기사 수집과 300여 일간의 밀착 취재 등 풍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기업형 장기밀매가 이뤄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신체가 난도질 당하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잔인한 장면들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이돼 극장 곳곳에서는 비명이 쉼 없이 들리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관객들을 상당수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영규 역을 맡은 임창정의 연기 변신도 신선하다. 아직까지 기존의 이미지가 이 영화를 통해 모두 불식된 것은 아니지만 변신을 위해 정성을 다한 그의 노력을 스크린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narrative)의 개연성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는 영화가 담고 있는 주제와 연출 솜씨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영규라는 인물에 대해 과연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을 하고 감정에 몰입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물론 아무리 악마 같은 이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은 존재하며 정이라는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영규의 감정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장치가 미흡했던 것 같고 그나마 있는 장치들도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의 비장의 무기라고 한다면 후반부의 극적인 반전을 숨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전을 위해 전반부의 극 전개가 너무 느슨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반전을 위한 내용의 전개에 있어 개연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을 차치하고라도 돈이면 무엇이든지 허용될 수 있다는 물신주의의 잔인함과 그로 인해 인간이 얼마만큼 타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섬뜩한 묘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 했던 감독의 의도에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신웅 기자 grandtrust@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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