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社 등 노동자 착취해도 숭배 현대사회 지배 패러다임에 반기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전성원 지음·인물과 사상사·536쪽·1만8000원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 전성원 지음·인물과 사상사·536쪽·1만8000원
'우리는 자유로이 살기 위해 무엇에 맞서 싸우고 있을까?'

책을 여는 이 한마디에 잠깐 생각에 잠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도통 어울리지 않은 것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곳이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보고싶은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생활에 필요한 무엇이든 한자리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 이런 시대에 우리가 어떤 자유를 위해 무엇과 싸운단 말인가.

헨리 토드, 샘 월튼, 월트디즈니…. 이들은 우리가 알고있는 창조의 아이콘들이다. 막연히 현대를 풍요롭게 만든 사람들로만 알고있는 이들을 바로 알기 위한 책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대 일상의 촘촘한 틀을 만들고 지배하는 시스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는 생각에서 탄생했다. 우리가 자유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모든 것에 보이지 않는 지배가 숨어 있다는 것.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이 '보이지 않는 지배'와 맞서 싸워야 한다.

다소 힘겨워 보이는 투쟁을 위해 저자는 먼저 기업과 상품에 대한 칭찬일색의 글들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현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창조의 아이콘'들을 까칠한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전 세계 15개국에 5000개가 넘는 매장을 두고있는 월마트. 미국 노동인구 123명당 1명이 이곳에서 일하고 전세계 150만 명 이상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는 수치는 월마트가 미국을 넘어 세계에 일자리를 창출한 공로로 비친다.

그러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작은 구멍가게로 유통 혁명을 일으킨 샘 월튼의 성공은 오직 성실과 땀의 결실만은 아니다. 월마트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 설립을 반대하는 샘의 경영 철칙은 어떤 나라에서도 예외가 되지 못했다. 캐나다 퀘벡에서는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매장 자체를 폐쇄시키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세계적인 마트에서 일하며 받는 돈은 겨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고 이 때문에 열심히 일하면서도 빈곤층을 벗어나질 못했다. 저자는 샘 월튼의 성공이 노동자의 눈물로 만들어 졌음을 꼬집는다.

샘 월튼이 노동자의 허리띠를 졸라매 월마트를 성공시켰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다.

대중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포드는 노동자들의 귀가 번쩍 뜨일 또 하나의 선언을 한다. 바로 '일당 5달러와 8시간 근무' 선언. 다른 제조업의 두배가 넘는 일당을 받으면서 근무는 한시간 덜 하게 되었으니 그 다음날부터 포드 자동차 공장 앞에 노동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뤘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포드의 신념도 샘 월튼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훗날 "일당 5달러는 우리가 고안해낸 최고의 비용 감축조치 가운데 하나였다"고 회고했는데, 실제로 그의 폭탄 선언은 큰 효과를 불러왔다. 무려 380%에 달하던 이직률이 뚝 떨어졌음은 물론이고 포드 자동차의 비인간적인 작업장 분위기를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고임금을 빌미로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포드 자동차의 노동자들은 '감시자'들의 눈총을 받으며 하루 한번 15분 이상의 휴식이나 근무중 잡담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근무자 배우자의 직업, 집 크기, 검소한 생활태도까지 강요했다니 포드의 독단적 경영방식을 짐작할만 하다.

약소국의 해방운동을 지원한 AK-47의 개발자는 누군가에게는 구원자였지만 소년병을 양산하는 비극을 낳기도 했고, 미키마우스로 전세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준 월트디즈니도 예술가들에 대한 착취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기업가들의 성공담을 전파하는데 급급했던 자기계발류의 찬사와 업적에만 치중했던 위인전류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맹목적인 찬사나 무조건적인 비난 대신 근거있는 삐딱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 저자는 21세기를 풍요롭게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아온 16인의 빛과 명암을 공평하게 밝힌다. 보이지 않는 힘은 포드나 월 마트의 노동자들에게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덮으며 스스로는 자유롭다 믿고있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유는 어디에서 왔는가?

최진실 기자 choitrut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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