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페이스 (1984년 作)/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미녀는 금발을 좋아해`,`빅 슬립`등의 연출로 성공을 거두고 모든 장르의 대가라는 칭송을 받으며 1975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수상한 하워드 혹스는 1932년, 이후 등장하게 될 모든 갱스터 장르의 모범이자 롤모델로 언급될 걸작 `스카페이스 : 국가의 수치`를 연출한다.

1920년대가 배경인 `스카페이스`는 욕망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믿는 보스까지도 눈하나 깜짝 않고 제거해버릴 수 있는 포악하고 잔인한 주인공 토니 카몬테의 성공과 타락, 그리고 죽음을 그린 영화다. 이후 80여년의 세월동안 나쁜 남자 토니의 일대기를 담은 이 영화는 모든 걸작 갱스터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1984년, 서스펜스와 스릴러 장르의 귀재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각본으로 참여한 올리버 스톤과 `대부`에서 보여준 절제된 카리스마를 버리고 말 그대로 광기어린 연기의 최고수준을 보여준 알 파치노와 함께 갱스터 장르의 경전 `스카페이스`를 부활시킨다.

1980년 5월 쿠바 혁명에 성공한 카스트로는 일시적으로 마리엘 항을 개항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반 카스트로 지지자들의 가족 상봉과 미국으로의 귀환을 허가하기 위해서였다. 3000여척의 미국 선박들이 쿠바로 향했고 그 직후, 카스트로의 의중에 다른 이유가 있음이 드러난다. 카스트로는 반카스트로 지지자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혁명체제를 더럽히는 쿠바 내의 범죄자들까지 싣고 가라는 명령을 내리고 선주들은 꼼짝없이 카스트로의 뜻을 따른다. 플로리다로 상륙한 12만 5000명의 난민 중 2500여명은 마약과 매춘같은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다. 그 중 한명이 알 파치노가 연기한 주인공 토니 몬타나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미국에 온 토니와 친구들은 그러나 입국 심사를 받는 도중 전과 사실이 알려져 이민 수용소로 보내진다. 3개월 후,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보스 프랭크에게서 수용소에 있는 레벤가라는 자를 살해해주면 신분증을 주겠다는 일이 맡겨지고 토니와 친구들은 의도적으로 수용소에 폭동을 일으킨 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레벤가를 살해하는데 성공한다. 직후 가짜 신분증을 이용해 접시 닦이로 취직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아메리카 드림과는 전혀 다른 현실에 토니는 부아가 치민다.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리틀 하바나 레스토랑에 걸려진 해변가 그림은 토니가 꿈꾸는 이상을 상징하는데 이러한 장치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중년의 알 파치노가 10년 뒤 다시 뭉쳐 만든 또 하나의 갱스터 걸작 영화 `칼리토`에서 재차 활용된다. 레벤가의 살해를 의뢰한 프랭크의 부하가 다음 일을 맡기지만 그것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자신들을 죽이려는 계략임을 알게 된 토니 일행은 프랭크 조직에 반격을 가한다. 이 와중에 배포있는 모습를 보여 보스인 프랭크의 신임을 얻은 토니. 이후 토니는 조직의 제2인자로 성장한다. 토니의 사이코패스적인 면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프랭크는 불안감을 느끼고 토니를 제거하려하지만 되려 토니에게 죽임을 당하고 토니는 조직의 보스에 올라 엄청난 부를 손에 거머쥔다. 또한 한 눈에 반했던 보스의 여자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세계는 너의 것`이라 적힌 트로피 밑에서 실제로 모든 것을 이룬 남자가 된다.

늘어나는 재력만큼 불안감도 비례해 커지는 토니. 죽을까봐, 잃을까봐, 불안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편집을 낳아 광기로 표출되고, 그렇게 원하던 아메리칸 드림을 목전에 둔 채 성공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파괴되고 몰락한다.`스카페이스`를 말할 때 절 대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마지막 총격전이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 토니를 연기한 알 파치노는 생의 마지막을 직감 하면서도 결코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여전히 잔인하고 흉폭한 남자 토니를 도저히 연기라 믿기 힘든 카리스마와 광기어린 몰입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오르게 된다.

드라마 `타짜` 작가·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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