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건양대 의료공간 디자인학과 교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관심사 중에서 공통적인 것을 추려 본다면 아마도 행복과 건강이 될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열심히 일하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원동력은 보다 더 행복하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복은 국가의 경제력이나 개인의 재산수준과 비례하여 나타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OECD 국가 중에서도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국가적 시스템의 구축과 더불어 사회문화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수준의 향상과 복지체계의 확충에 힘입어 선진국일수록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월등하게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국가예산의 상당부분을 국민의 건강과 복지분야에 할애하여 집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료복지분야가 GDP의 약 25%까지 차지하는 상황이며, 2035년에는 GDP의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래사회의 삶을 보다 더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복지분야의 예산확충이 수반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에 못지않게 개인적인 관심과 생활습관의 변화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미 많은 질병들은 현대 의학의 지식과 치료기술로 완치가능한 상황이지만,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질병의 출현과 더불어 비만, 성인병, 우울증 등의 현대적 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질병과 질환은 우리들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식습관이나 생활공간의 환경조건은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서양의학은 질병의 증상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등을 비롯하여 비만, 통풍, 순환기질환, 간질환, 암, 골다공증, 치주염 등과 같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질병은 치료과정에서 증상이 일시적으로 없어져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즉 의사나 환자 모두 자신의 질병을 생활습관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주택이나 사무실과 같은 공간환경으로부터 받게 되는 물리적 영향이나 생활습관의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공포감과 불안감을 갖는다. 낯선 환경,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단절, 질병, 통증, 수술과 치료에 대한 공포 등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정신신경면역학 분야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감정은 질병의 형성단계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혈압이나 맥박 또는 순환기체계 및 대장의 기능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적인 인자가 면역시스템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환자의 면역기능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오감인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고, 만지는 다섯 가지의 감각들을 질병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환경을 조성해주고, 바꾸어줄 수 있는 치유환경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나아가 최근의 병원설계에서 중요한 원칙은 '근거에 기반한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종래에는 건축디자이너의 직관과 감성에 의해 병원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다면 지금은 철저히 의료기술과 치료실적에 입각한 디자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병원 내부에 충분한 세면기의 설치만으로도 원내감염을 30% 이상 줄일 수 있었던 사례를 들 수 있다.

미래사회에서 점점 높아질 건강에 대한 관심과 치유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 건축디자인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을 하여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학의 건축디자인 교육프로그램은 미래의 추세적 변화에 순응할 수 있도록 변모해야 한다. 최근에는 대전시에서도 해외환자의 유치를 통한 치료와 의료관광을 미래의 특화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표명하는 보도자료를 접하게 된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산업발전과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을 통하여 보다 더 살기 좋은 대전을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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