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의 신분증을 위조해 전세금을 가로챈 부동산사기 사건에서 신분 확인을 게을리한 중개업자에게 8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나왔다.

이번 판결은 부동산 중개업자의 책임비율을 60% 인정한 종전 판결보다 중개업자의 의무를 더 강조한 것으로 부동산 거래 관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 남부지법 민사2단독 심재남 판사는 서류위조 사기범에 속아 전세금 7천만원을 사기당한 최모(31.여)씨가 부동산 중개업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가 입은 피해액의 80%인 5천600만원을 연대 배상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심 판사는 판결문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는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실제 권리자인지 주민등록증, 부동산 등기부, 등기권리증 등을 철저히 조사할 주의와 의무가 있다"며 "사기범이 잔금 중 5천만원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등 의심스런 사정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피고들이 부동산중개업법상 확인 의무를 게을리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부동산중개업법 제17조는 중개업자가 부동산 권리관계, 법령 규정에 의한 거래또는 이용제한 사항 등을 확인해 의뢰인에게 서면으로 제시하고 성실하고 정확하게설명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심 판사는 "부동산 권리관계에는 중개 대상물의 권리자가 본인인지 확인하는 부분도 포함된다"며 "원고도 계약 전 상대방이 권리자가 맞는지 나름대로 확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피고의 과실비율을 80%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작년 3월 피고들의 중개로 자신을 집 주인으로 소개한 남자와 7천만원에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전세금 7천만원을 건넸으나 나중에 확인 결과 이 남자가세입자로 주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 허위 계약을 맺은 뒤 돈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밝혀지자 중개업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작년 7월 서류 위조범에 속아 아파트 구입대금 3억5천여만원을 사기당한 박모(42)씨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법무사,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중개업자는 피해액의 60%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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